유통시장에 산지직송(직거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중간유통채널을 압축해 가격거품을 걷어내는 이른바
제3차 유통혁명의 열풍이다.

산지와 소비지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좁히려는 유통업체들의 직거래
경쟁은 가격파괴싸움의 승부를 가를 열쇠로 떠올랐다.

농산물을 중심으로 불붙은 직거래 경쟁의 열기는 유통업체간의 고객확보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공산품과 축,수산물에까지 폭넓게 확산될 전망이다.

더욱이 국민의 정부가 농산물유통 혁신을 농업정책의 최우선과제로 꼽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산지직거래는 유통업계 전반에 빠른 속도로
퍼져갈 것이 분명하다.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등장을 계기로 싹텄던 1,2차 유통혁명이 산지직거래를
축으로 대변화를 거치며 소비자들에게는 싼 값에 상품을 사는 기쁨을,
생산자들에게는 더 좋은 값을 받고 물건을 파는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생산자단체인 농협의 농산물 산지직거래는 지난 2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뒤 급성장궤도를 달리고 있다.

농협은 9월말까지 정기 직거래장터 9백25개소와 임시 직거래장터 9백77개소
를 운영했다.

이에 따라 농협의 직거래 실적은 지난해 약 2조원 규모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9월말에 이미 약 2조5천억원에 육박했다.

농협이 농산물 직거래를 확대하면서 바람은 백화점과 할인점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94년 42%였던 직거래비율을 올들어 지난 10월말까지 53%
선으로 올려 놓았다.

할인점 E마트가 산지에서 직접 사들인 농산물의 비율은 같은 기간중 35.6%
에서 68.8%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신세계는 2000년까지 백화점과 E마트의 농산물 직거래비율을 각각 60%와
80%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롯데는 93년이후 4년간 25%선에 머물던 산지구매 비율을 올해는 지난
10월말까지 3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잠실마그넷점은 농산물 직거래를 강화하기 위해 지하 농산물매장의
운영을 아예 농협에 맡겼다.

그랜드백화점의 이홍희 통합구매본부장은 "농수산물의 가격, 품질경쟁력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산지직거래를 확대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랜드는
우수거래선 확보를 위해 전담바이어를 종전 15명에서 올해부터는 30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산지직거래는 중간마진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상당한 이익을
주고 있다.

농산물할인점 하나로클럽 창동점은 요즘 포천산 고랭지배추를 포기당
8백원에 판매한다.

시중가격은 1천2백원안팎.

하나로클럽이 33%나 싸게 파는 셈이다.

산지직거래는 농산물의 신선도에서도 또다른 강점을 발휘한다.

포천농민이 수확한 배추가 하나로클럽에서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2시간에서 길어야 24시간이다.

아침에 뽑은 배추라면 당일 오후나 밤정도에 충분히 도시가정의 식탁위에
오를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들어 직거래 방식으로 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농민은 평균 13.4%를 더 받았고 소비자는 18.2% 싸게 산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농가의 경우 수도권 도매시장으로 배추를 직접 가져갈 경우 포기당 약
5백50원밖에 받지 못하나 하나로클럽의 산지직거래에서는 6백원가량을 손에
쥘수 있다.

농협은 앞으로 2년안에 농산물 직거래 금액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목표는 98년 3조1천2백36억원, 2000년 6조3백억원이다.

물론 산지직거래 바람이 확산되면서 중소상인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농협에 이어 백화점 할인점 뿐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들까지 산지직송
경쟁에 뛰어들면서 농산물유통은 시간, 인력, 그리고 자금싸움의 양상을
띄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지직거래는 생산자건 소비자건 피할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정부가 산지직거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다 유통업체와 소비자들도 중간
경로를 단축한 산지직거래의 장점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 농산물직거래사업단의 정준완과장은 "직거래는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유통방식"이라며 "중간상들이야 싫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고 말했다.

< 김상철 기자 cheol@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