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기업간 "빅딜"이 급진전되고 있다.

난항을 거듭해온 반도체는 11일 현대와 LG가 평가기관을 선정함으로써
경영주체 선정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미 준비를 마친 정유에 이어 항공과 철도차량도 통합을 위한 실사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 중이다.

조만간 전문경영인도 선임할 예정이다.

전경련과 5대기업이 약속한대로 "11월말까지 경영주체 선정, 연말까지
통합준비 완료"라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정대로라면 중복.과잉투자로 지목돼온 7개 업종은 내년초 경쟁력있는
대형회사로 새로 태어난다.

기업구조조정의 큰 획이 그어지는 셈이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구조조정의 속도를 한껏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평기기관 확정의 의미 =전경련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기업구조조정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의 각종 지원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경영주체가 선정이 된 것도 아닌데 재계가 이처럼 기대를 갖는데는 이유가
있다.

반도체가 7개 업종 가운데 나머지 전부와 바꿀만한 진정한 "빅딜" 업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협상이 난항을 빚으면서 재계는 정부로부터 수차례 질책을 받아
왔다.

지난 5일 제5차 정.재계간담회 때도 그랬다.

7개중 6개 업종이 성사됐는데도 "재계 구조조정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미 통합협상을 마무리한 업종들도 반도체 때문에 "불이익"을 받았다.

"7개업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돼야 금융지원여부도 결정할 수 있다"는게
정부와 금융권의 반응이었다.

현대와 LG가 평가기관 선정에 합의함에 따라 이런 걸림돌은 제거된 셈이다.

<> 가속화되는 구조조정 =반도체 문제가 해결되면서 나머지 6개 업종에선
실사와 경영인 선정 등 작업이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철도차량과 항공기 부문은 통합법인 출자지분 산정을 위한 현장실사를
이날 끝냈다.

오는 20일께는 신설법인의 사장선임 문제도 매듭지을 예정이다.

철차는 현대 대우 한진 3사가 외부전문인사로 사장선임위원회를 구성해
복수 후보를 추천했다.

항공도 12일께 사장선임위원회를 만들어 전문경영인 선임작업에 착수한다.

석유화학도 삼성 현대가 아더D.리틀(ADL)사와 세동회계법인을 통해 실사
작업을 진행중이다.

일본 미쓰이와 외자유치 협상도 벌이고 있다.

통합주체인 한국중공업이 국정감사를 받았기 때문에 더뎌졌던 발전설비와
선박용엔진의 구조조정 후속조치도 실무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중은 지난주말 현대와 삼성 등으로부터 발전설비와 선박용엔진의 이관
시설범위 및 인력에 관한 서류를 넘겨 받았다.

가장 먼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한 정유의 경우 현대정유가 주채권은행의
지원개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 정부에 거는 기대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날 "7개업종이 가닥을
잡은 만큼 정부가 이제는 업종별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괄타결을 기다려 일괄 지원하겠다는 식으론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모그룹 관계자도 "정부는 7개 업종외에 그룹별로 1,2개사를 워크아웃 대상
으로 선정한 후 금융지원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이럴 경우 이미
통합이 결정된 업체들의 경우는 영업과 외자유치 협상에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이와 관련해 12일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정부와 금융권에
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지원책을 조속히 시행해 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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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업중 구조조정 현황 ]

<>석유화학

-합의내용
.현대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 동등지분 통합법인설립 및 외자유치

-진행상황
.10월31일 경영개선계획서 제출
.일본 미쓰이 지분참여 협상중

-주채권은행
.한일은행

<>항공

-합의내용
.삼성항공(40%) 대우중공업(40%) 한진중공업(20%) 통합법인실립 및
외자유치

-진행상황
.10월31일 경영개선계획서 제출
.1차실사 완료

-주채권은행
.외환은행

<>철도차량

-합의내용
.현대정공(40%) 대우중공업(40%) 한진중공업(20%) 통합법인설립 및
외자유치

-진행상황
.10월31일 경영개선계획서
.1차실사 완료

-주채권은행
.외환은행

<>발전설비

-합의내용
.한국중공업으로 일원화

-진행상황
.한중이 경영개선계획 마련중

-주채권은행
.외환은행

<>선박용엔진

-합의내용
.삼성의 설비를 한중에 이관

-진행상황
.한중이 경영개선계획 마련중

-주채권은행
.한일은행

<>정유

-합의내용
.현대정유가 한화에너지 정유 부문 인수

-진행상황
.경영개선계획서 제출완료
.아랍에미리트서 5억달러 외자유치

-주채권은행
.한일은행

<>반도체

-합의내용
.현대전자 반도체부문과 LG반도체 통합
.경영주체가 지분 70% 차지

-진행상황
.미국 ADL을 평과기관으로 선정

-주채권은행
.외환은행


[ 통합법인 설립을 위한 평가기관 ]

<>석유화학
.ADL 세동회계법인

<>항공
.현대우주항공 : 딜로이트&투시안건회계법인
.삼성항공 : 골드만 삭스
.대우중공업 : KPMG 산동회계법인

<>철도차량
.현대정공 : 청운회계법인
.대우중공업 : 산동회계법인
.한진중공업 : 영화회계법인

<>반도체
.ADL(경영주체 선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