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앞만 보고 살았는데 지금은 옆도 눈에 들어오네요.”어느덧 서른.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조성진은 말 그대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스물한 살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카네기홀 데뷔(2017), 빈 필하모닉 협연(2022) 등 굵직한 무대를 거쳐 이 시대의 독보적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머물고 있는 조성진과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0월 빈 필과 서울 협연, 통영국제음악당 실내악 공연 등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친구들과 공연 너무 재밌었다”▷한국인 첫 베를린 필 상주음악가다.“친구와 연주하는 기분이다. 보통 연주할 때 서너 시간 전 대기실에 도착해 손을 푸는데 (베를린 필과 연주할 때는 집과 가까우니까) 공연 30분 전 도착해 바로 연주한다. 그런 게 좋다(웃음).”▷베를린·빈 필과 협연하는 목표를 이뤘다. 이제 무엇을 하고 싶나.“유명한 악단과 함께가 아니더라도 행복을 느끼는 연주를 하고 싶다. 최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친구들과 공연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예전에는 도움이 되는 것에 주로 시간을 할애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냥 해보는 것’도 생겼다.”▷지난해에는 마스터클래스도 했다.“가르쳐보는 경험이 처음이었는데,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내가 배웠다. 그래서 그게 마지막이 될 거 같진 않다.”(최근 일본에서도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연주 직전엔 첫 곡의 템포 생각▷내년 1월 프
“14년 만에 만났는데 모습이 똑같네, 같이 온 옆 사람이 달라졌구먼?”심봉사 역할의 배우 윤문식이 머리가 희끗희끗한 한 여성 관객을 향해 농담을 던졌다. 좌중에선 ‘와하하’ 웃음보가 터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마당놀이 모듬전’ 시연회가 열렸다. 시연회 한 시간 전부터 극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지팡이를 들고 베레모를 쓴 어르신 관객과 20~30대 관객이 한자리에서 북적였다.이날 마당놀이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았다. 1984년부터 16년간 마당놀이의 마스코트로 무대를 호령한 심봉사(윤문식·81), 놀보(김종엽·77), 뺑덕(김성녀·74) ‘트리오’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일부 관객은 14년 만에 마당놀이에 돌아온 세 사람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마당놀이 트리오’는 일흔은 물론 여든도 넘어섰지만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짱짱한 모습을 보였다. 폐암을 앓았던 윤문식과 얼마 전까지 혹독한 감기로 1인극 ‘벽 속의 요정’ 공연을 전 회차 취소한 김성녀 모두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마당놀이 무대에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한 놀보 역할의 배우 김종엽은 흥보 역의 창극단원 유태평양과 주거니 받거니 신들린 연기를 이어갔다.<마당놀이 모듬전>은 심청과 심봉사, 춘향과 몽룡, 흥보와 놀보의 이야기 등이 뒤섞였다. 무대 연출도 독특했다. 제작진은 부채꼴 형태의 기존 하늘극장 객석에 가설 객석을 더해 관객이 무대를 원형으로 완전히 감싸는 무대를 만들었다.베테랑 세 배우를 비롯해 58명의 단원은 무대와 객석을 공연 내내 자유롭게 오갔다. 객석에 말을 거는 것은 물론, 관객이 입장하는 통로에서 배우들이
올해 출판계는 한강 열풍이 휩쓸었다. 지난 10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필사책’과 ‘쇼펜하우어’가 차지했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단숨에 점령했다.2일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사진)로 나타났다. <채식주의자>(2위), <작별하지 않는다>(3위), <흰>(6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8위) 등 올해 베스트셀러 톱10의 절반이 한강 작품이다. 한강 작가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00배 늘었다. 예스24 관계자는 “한강 신드롬이 워낙 강력해 서점가 전체가 활기를 찾았다”며 “한강 책을 제외한 문학 분야 판매량도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고 말했다.올해는 필사책도 인기를 끌었다. 철학자의 명언이나 국내외 문학 글귀를 따라 쓸 수 있게 엮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4위를 기록했다. 필사 관련 책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6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아홉 번째로 많이 팔린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철학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올해 출간된 쇼펜하우어 관련 책은 총 51권이다. 부처의 가르침을 현대어로 재해석한 <초역 부처의 말>과 철학자 니체의 사상을 다룬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깨진 틈이 있어야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등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