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요즘 "되는 일"이 없다.

추진하는 일마다 관계부처에 발목이 잡혀 무산되고 있다.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뜻에서 재경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은행법
개정작업이 대표적이다.

지난 3일 금융발전심의회에서 논란이 많아 소유구조개편작업을 보류키로
최종 결정했다.

금발심에서 반대의견이 많았다는게 재경부 설명이지만 실질적으론 청와대
반대가 결정적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발심이 끝나자마자 즉각 법안제출보류를 발표한 데서 이를 추정할수 있다.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교통세 등의 목적세 폐지가 지지부진한 것도 그렇다.

재경부의 올 초부터 목적세 폐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교육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의 강한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재경부는 조만간 관계부처 장관끼리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올 정기국회에서 과연 목적세 폐지 법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산업자원부와 힘 겨루기를 했던 외국인투자유치 업무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재경부는 밀렸다.

최근 청와대는 산자부에 "투자유치촉진기획단"을 설치해 업무를 추진토록
부처간 교통정리를 하고 말았다.

이처럼 추진하던 일 마다 사사건건 수포로 돌아가자 재경부 일각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 기획예산위원회로 국장급 한명을 내보내려던 재경부의 당초
계획이 무산되자 재경부 관료들은 비애감 마저 느끼고 있다.

한 직원은 "장관이 인사문제는 걱정하지 말고 일만 열심히 하라지만 다른
부처의 국장 자리하나 따내지 못하는 재경부의 현실을 보면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