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하목수석1867~1916)의
자전적 장편소설 "한눈팔기"(김정숙 역, 문학과의식)가 번역돼 나왔다.

소세키는 일본 화폐에 초상으로 등장한 유명 작가다.

평생을 신경쇠약과 위궤양에 시달린 그의 이면에는 우울한 개인사가
드리워져 있다.

외국유학에서 돌아온 지식인의 무력한 모습과 근대.전근대가 혼재한 당시의
정황, 가족간의 갈등 등이 작품속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그의 마지막 장편인 이 소설은 뚜렷한 사건이 없는 반면 치밀하고 잔잔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야기의 밑그림은 어두운 톤으로 채색돼 있다.

어린 시절 양자가 된 겐조는 양아버지의 여자관계로 가정불화를 겪고 이내
친가로 돌아온다.

그러나 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갑자기 양부가 나타나 돈을 요구하고
양모도 초라한 모습으로 출현한다.

그는 이른바 출세한 인물이지만 강의와 소설쓰기로 어려운 생활을 꾸려나가
고 근본적으로 성향이 다른 아내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

또 걸핏하면 손을 내미는 형제, 몰락한 장인 등이 그를 짓누른다.

하지만 밝은 면도 있다.

작가는 겐조의 공허한 이론을 아내 오스미의 눈으로 한 차례 걸러내고 이를
되비춘다.

작품 말미에 겐조는 "이 세상에 끝나는 것이란 하나도 없어 일단 한 번
일어난 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 그저 이렇게 저렇게 모양이 변하니까
우리가 모르는 것 뿐이라구"라고 말한다.

작가가 일생동안 추구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집약된 말이다.

겐조의 말을 들은 아내가 아기를 끌어안고 "아이고 우리 아기 착하기도
하지. 아버님 말씀은 도통 못 알아듣겠네"라고 중얼거리며 연신 볼에 입을
맞추는 끝장면이 긴 여운을 남긴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