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및 아시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로 낙찰된데 대해 정부는 "채권단의
거부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채권단 일부에서 부채탕감 요구를 못받아들이겠다며 반발하고 있어 낙찰자
무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대세는 수용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도 "포드는 물론 외국 금융기관들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향후 계획을 제시, 정부와 채권단이 갖고 있는 포드에 대한 미련을 불식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 "채권단 거부는 없다"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3차 입찰이 이뤄졌기 때문에 현대 낙찰을 채권단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낙찰무효와 그에따른 수의계약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만약 채권단이 현대 낙찰 자체를 수용하지 않으면 남은 것은 파산
절차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파산절차를 밟을 경우 채권단은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
결과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그는 덧붙였다.

산자부만 그런 반응을 보이게 아니다.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도 18일 기아차 낙찰 결과에 대한 채권단의 거부
소문과 관련해 "그렇게 되겠느냐"며 박 장관의 발언과 비슷한 말을 했다.

재경부 고위관계자도 "기아 처리문제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빨리 마무리
되도록 하되 최종 인수 때까지 투명성과 공정성의 2대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말해 현대의 낙찰에 반대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 포드와 제휴를 추진하는 현대 =정몽규 현대자동차 회장은 19일 기아
입찰 결과 발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드 등과 협력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를 끌어들임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채권단 일각에서 일고 있는 "포드
밀어주기" 움직임을 불식시켜 기아 인수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중장기적
으로는 포드와의 다각적인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는 기아를 인수하더라도 현재 기아가 하고 있는 것처럼 일부 차종을
포드에 수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물량 소화가 가능하다.

채권단의 "포드 밀어주기"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그런 점에서 현대를
포드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

현대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포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서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앞으로 연구개발부터 판매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를 끌어들여 자사가 기아를 인수하는데 반대하는 채권단을 무마하고
세계적인 자동차업계에 대통합 움직임에 대응하겠다는게 현대의 구상이다.

<> 포드는 어떤 생각인가 =포드로서도 기아에 투자했던 지분을 인정받는다면
구태여 현대와의 제휴를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우선 포드는 소형승용차를 계속해 공급받을 수 있다.

기아에 비해 현대의 품질이 낫다는 것도 메리트다.

따라서 현대가 기아의 차세대 소형승용차 B-III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기아에 갖고 있던 지분을 인정하겠다는 제안을 할 경우 포드도 적극적으로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포드가 기아 인수에 강한 의지를 계속 표명해온 궁극적인
목표가 기존 권리 보호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 채권단의 미련 =채권단 일부에서는 아직도 "7조5천억원이 넘는 부채탕감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그러나 정부가 "채권단의 반대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은데다 수의계약이
결코 채권단에 유리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수용 불가"를 고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기아를 파산시킨후 청산하더라도 3차 입찰 결과보다 낳을 것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결국에는 현대의 인수를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물론 부채탕감 요구가 통과되려면 정리담보권(담보가 있는 채권)은 채권단
의 5분의 4, 정리채권(무담보채권)은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까닭에 실제로 합의를 도출해 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김정호 기자 jhkim@ 정태웅 기자 redea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