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이 이번에 마련한 보증관행 개선책은 돈을 빌릴 기업이나 사람
(차주)의 신용을 바탕으로 대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첫 조치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무수한 피해자를 낳고있는 개인보증제도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책
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초보적인 개선으로 평가된다.

또 정부가 수십년간 신용위주로 대출하라고 요청했음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는 은행들이 이번에 얼마나 변신할지도 미지수다.

<> 기존 보증관행의 문제점 =기존관행은 그 자체가 도덕적 해이의 산물이다.

차주나 금융기관은 위험을 덜면서 여신의 수혜자가 아닌 보증인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운용됐기 때문이다.

사실 보증인은 차주와는 달리 평소 보증을 선 채무(피보증채무)의 범위나
변제시기 등을 충분히 알지못해 보증책임을 묻는 경우 대부분의 보증인은
변제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주와 함께 보증인도 연쇄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행자체가 건전한 신용사회의 정착을 저해한다는게 당국의 판단이다.

고용임원이 기업여신에 대해 연대보증(포괄 또는 한정근보증)을 한 경우
보증인의 재산은 기업여신금액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보증의 실익도
크지 않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 채권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일방적으로 포괄근보증이나 한정근보증을 요구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한마디로 "습관성" 보증요구였다.

금융기관의 이런 습성 때문에 고용임원들은 재산을 위장분산시키는 등 변칙
방어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임원연대보증을 통해 회수할 수 있는 채권액은 극히 미미한데도 굳이
보증을 서도록 해 경영책임도 별로 없는 임원만 알거지로 전락시키는 제도인
셈이다.

<> 보증제도 개선내용 =이번 보증관행개선조치는 새정부들어 부실한 계열사
때문에 우량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현상을 막자는 차원에서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금지한 조치와 일맥상통한다.

기업의 부실위험을 임원들이 떠안아 건전한 개인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것은 막자는 취지다.

임원들은 앞으로 회사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위험 때문에 가슴조리거나 그
자리를 아예 맡지 않는 경우를 피할수 있게 된다.

기업의 실질소유주(과점주주 포함)에 대해선 종전과 달라진 게 없다.

기업소유주에 대해선 "무한" 책임을 엄격히 물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감독원이 신용만으로 돈을 빌려줄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 여신이 부실화되는 경우에는 취급자의 책임을 묻지 말도록 한 것은 실행
여부가 관건이다.

이 조치는 정부가 수없이 은행에 요청한 사항이다.

그러나 일선 지점에선 먹혀들지 않았다.

보증인을 구할 필요가 없는 고소득자나 일정 수준이상의 지위에 있는
사람만 신용대출의 혜택을 봤다.

이번제도개선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도록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 =이번 조치는 여러면에서 미흡하고 초보적이란
지적이다.

기업임원이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 않다.

우수전문경영인이 빚보증을 꺼려 경영을 맡아달라는 기업측 요청을 거부
하는 사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현행 민법 상법상 보증제도가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금융기관
의 대출도 없어지진 않는다.

은행은 개인대출에 대한 보증을 계속 요구할 것이다.

이에따라 개인파산시대를 맞아 연대보증을 선 많은 개인들이 동반파산하는
피해는 계속될 우려가 높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