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들판을 질주하는 기관차, 우수어린 눈빛의 말, 시계, 천으로 덮힌
의자, 홀연히 떨어져 내리는 낙엽.

"하이퍼리얼리즘"계열의 작업을 해온 서양화가 이석주씨의 작품엔 문명과
자연이 공존한다.

그가 극사실로 그려내는 이미지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나 이질적으로 조합돼 있어
보는 사람에게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씨가 오는 21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734-0458)
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5년만에 여는 개인전이지만 발표작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과거와 비슷
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몽환적 느낌이 보태졌다는 점.

"환"이란 제목이 붙어 있는 이들 신작은 극사실로 묘사된 이미지들의
배경에 사람모습이 실루엣으로 떠올라 있다.

이 실루엣은 화면의 기계적 엄격성을 이완시키면서 그의 작품에 늘 등장
하는 일상적 이미지들과 어울려 명상적이고 몽환적 느낌을 주는 요인이
된다.

작가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가능하면 편안하고 서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화면에 실루엣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2천호가 넘는 대작을 포함해 20여점.

숙명여대 미대 교수.

6번째 개인전.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