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5대 계열에 대한 구조조정방안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말하면 수십가지 업종에 손을 대고 있는 계열구조를 주력기업
위주로 단순화시킨다는 그림이다.

금융감독위원회가 16일 발표한 계열구조의 단계적 개편안에 그 청사진이
잘 드러나 있다.

먼저 계열내의 업종간 변칙적인 연결고리를 끊은 다음 업종내의 기업간
고리마저도 차단하고 외국기업과의 합작등을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이 복안의 지향점은 현대그룹은 자동차, 삼성그룹은 반도체처럼 계열별로
최소한의 주력기업을 세계기업으로 육성함으로써 수십가지 업종에 손을
뻗쳐온 재벌구조를 대수술하는 것이라고 금감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금감위의 서근우 기업구조조정팀장은 "계열구조개편 의지는 김대중정부가
경제개혁의 하나로 발표했던 기업구조조정의 5대과제에 이미 담겨 있다"며
"같은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구체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다른 경제개혁은 제대로 되고 있으나 기업구조조정은
더디다는게 외국의 비판"이라며 "정부도 더딘 속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열구조의 전면적인 수술이 시작됨에 따라 그동안 어정쩡한 것처럼 비쳐진
부실한 5대계열사의 2차퇴출도 예정대로 진행된다.

은행을 통한 퇴출준비는 끝났다고 금감위는 밝혔다.

5대 계열이 7개업종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구조조정도 급류를 탈수
밖에 없다.

전경련은 자율추진의지를 밝히면서 정부가 들이대는 채찍에 불쾌함을 표시
했다.

그러나 금감위는 자율적인 사업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은행주도로 한계
계열사및 사업부문을 팔거나 정리토록 하고 여신을 중단하며 빚보증을
이행토록 하겠다고 되받아쳤다.

5대 계열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자금조이기로 강도를 더해갈 전망이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최근 5대 계열의 기업어음(CP) 발행을 제한한데 이어
화살은 회사채발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계열구조개편작업이 시작되면 해당 계열사는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된 사업과 기업을 포기하는 일은 보증채무정리 외에도
소유주간의 지분정리나 인원정리, 다른 계열과의 경쟁관계 등을 감안할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앞으로 정부와 5대 계열간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중간에서 기업개선작업을 추진하는 채권금융기관도 난처한 입장에 빠질
공산이 크다.

주채권은행을 비롯한 채권금융기관들이 이 일을 해낼수 있을지도 의문시
된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