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제변수들이 한국증시에는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데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금리인하쪽으로
속속 정책방향을 굳히면서 국제 자금의 흐름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시장에 웅크리고 있었던 국제 투자 자금이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을 다시 주목하면서 서울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주 추석연휴가 끝나자 마자 외국인 매수세는 개장을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왔다.
연휴후 첫 개장일인 지난 7일 외국인투자자의 주식 순매수(매수규모에서
매도분을 뺀 물량)는 77억원어치를 기록했다.
순매수 규모는 다음날 바로 3백억원선을 넘어섰고 그 다음날은 6백억원규모
로 확대되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추석연휴이후 12일 현재까지 5일동안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규모는 2천억원
선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순매수규모에 비추어 외국인들이 지난 4월이후 가장 활발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여의도 증시에서 요즘 주로 찾는 주식은 과거 패턴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한국전력 삼성전자 삼성전관 등 이른바 대형 블루칩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엔고와 연결돼 수출경쟁력이 기대되는 대우중공업같은 대형주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엥도수에즈WI카증권의 이옥성 지점장은 "구미 펀드투자가들의 눈에는
한국이 아시아국들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비춰지고 있다"고
전했다.
엔강세(달러약세)로 환율이 급변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아시아쪽에
눈을 돌리게 된 상황에서 한국이 부각되고 있다는 얘기다.
HSBC증권 관계자는 미국경기가 침체조짐을 보이고 있고 FRB(미국중앙은행)
가 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하고 있는데 자극받아 투자자금이 미국으로부터
한국같은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으로 환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들어 미국계 뮤추얼펀드들이 한국 증권을 많이 사고 있다는 점을
"환류"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그러나 경제의 펀드멘털(기초여건)이 달라졌다고 확신할 수
없는 과도기라는 점을 중시해 외국인 매수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엔고가 일본경제의 펀드멘털이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한 점이
전문가들로 하여금 추세반전을 단언치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이들은 한국 경제 역시 불경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전기를 잡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말한다.
외국인의 주식 매입붐이 지속될지 여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 양홍모 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