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자금흐름에 일대 회오리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채권싯가평가제
가 종이호랑이에 불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구상대로 11월부터 채권싯가평가제를 밀어붙일
생각이지만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제구실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시행시기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 채권싯가평가란 =펀드에 편입된 채권을 장부가(매입가)가 아닌
그때 그때의 시세로 값을 매기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투신사와 은행신탁은 채권값이 떨어졌더라도 장부가로 채권값을
따져 고객에게 원금과 목표수익률을 보장해왔다.

부족분은 고유계정이나 다른 펀드에서 끌어다 메워줘 투신의 부실원인이
됐다.

그러나 싯가평가가 실시되면 고객이 환매를 요구할 때 해당고객이 가입한
펀드의 채권을 팔아 돈을 내주게 되므로 투신사에 손실이 전가되지 않는다.

<> 시행시기와 범위 =금감위는 11월부터 신규펀드에 편입되는 신규발행
채권에 한해 싯가평가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리상승이나 환매등 자금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도입시기를
내년 1월로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신규펀드 편입채권에 대한 전면 시행시기도 당초 2000년에서 금융시장
환경을 보아가며 결정키로 하는등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허점은 없나 =싯가평가제가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도입돼 실제
싯가평가가 적용되는 펀드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싯가평가로 수익률이 떨어질게 뻔해 환매사태등 자금이탈을 우려한
투신사들이 우회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투신상품의 구조상 싯가평가제도를 비껴갈 수 있다.

투신관계자는 "기존 추가형 펀드만 활용하더라도 싯가평가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형 펀드는 펀드규모를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데다 신탁기간(펀드
만기)도 무기한이다.

새로운 펀드를 만들지 않고서도 기존 추가형펀드의 원본한도를 추가로
설정해 수익증권을 팔면 싯가평가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신규펀드를 만들더라도 싯가평가를 피할 수 있다.

기존펀드의 편입채권을 신규펀드에 넘기고 신규발행채권은 기존 펀드에
편입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 파장 =투신사의 우회전략으로 도입초기에는 싯가평가를 적용받는
펀드가 많지않을 전망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금감위도 싯가평가제 도입이라는 상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객이탈을 우려한 투신사들이 추가형 펀드위주로 투신상품을 운용하더라도
당분간은 제재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신탁상품이 더이상 원리금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면 환매나 투자기피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금감위도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투신사의 비껴가기 전략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이렇게되면 신규 신탁대출의 중단과 기존 신탁대출의 회수로 이어질
뿐아니라 회사채수요 감소와 실세금리 상승등 연쇄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용도가 낮은 중견기업의 회사채발행도 사실상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 정부와 업계는 자금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싯가평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데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 싯가평가 시행 장.단점 >>

<>장점

채권유통시장 활성화 -> 외국인 채권투자 활성화 -> 채권 운용기법
선진화 -> 기업의 장기자금 조달 용이

<>단점

펀드 수익률 하락 -> 신탁상품 투자기피 및 환매사태 가능성 ->
채권 수요감소, 신탁대출 감소 및 조기 회수 -> 금리 급등 -> 기업
자금난 및 금융부담 가중 -> 기업부도 속출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