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벤처기업을 하다 망해도 그것을 자랑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기업하다 부도라도 내면 감옥살이 하기 십상이지요.

이런 풍토에서는 창업이 위축될수 밖에 없고 벤처기업이 활성화되기도
어렵습니다"

세계최대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캐리어네트워크부문 김종훈 사장은 "번체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창업실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최근 루슨트가 미국 뉴저지주 머레이 힐에서 개최한
글로벌미디어데이 행사가 끝난뒤 기자와 만나 벤처기업에 대한 생각,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등을 들려줬다.

김 사장은 "정주영 회장 같은 분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여건에서
성공했다"며 한국의 여건이 몹시 어렵지만 창업과 성공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만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못봤다"면서 한국민의 근면성은
가장 큰 자산일수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기업을 할 때 기반을 잡는 것 못지 않게 적당한 때 제값받고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게 그의 ''벤처철학''이다.

그는 자신의 철학대로 스스로 창업한 벤처기업을 팔아 갑부가 됐다.

차세대교환기(ATM)전문업체인 유리시스템을 지난4월 루슨트에 매각,
5억달러의 자산을 갖게됐다.

덕분에 그는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갑부"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올랐다.

포브스는 최근호에서 김사장이 5억6천만달러(약 7천8백억원)의 재산을
보유, 미국내 348위의 부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 돈을 마땅히 쓸 곳을 찾지 못해 은행에 넣어두고 있다고 밝히고
여기서 나오는 이자만 하루에 10만달러가 된다고 소개했다.

김 사장은 한국경제의 장래에 대해 "전혀 비관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좋은 방향으로 리드하지 못하는것 같다"며 "윗 사람들이 싸우지
말고 한가지를 정하면 왔다갔다 하지말고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구상했던 조흥은행에 대한 투자가 무산된 것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잘 아는 금융전문가인 켐 브로디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10억달러를 투자할
것을 제안해 조흥은행에 대한 투자를 생각했다.

미국에서 5억달러 한국정부가 각각 5억달러씩을 투자하고 한국정부는
미국쪽 투자분에 대해 10%의 수익을 보장하고 경영자에게 10%를 스톡옵션으로
줄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다른 은행에도 같은 혜택을 줘야 한다며 이 제안을
거절해 결국 투자가 무산됐다"고 뒷얘기를 밝혔다.

김 사장은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받아볼수 있도록
해주는 퍼스널 커뮤니케이터가 각광받게 된다"고 전망했다.

퍼스널 커뮤니케이터는 갖고 다니면서 음성 문자 영상등의 정보를
자유롭게 주고받을수 있는 개인정보단말기.

이동전화 삐삐등 통신기능은 물론 인터넷브라우저같은 정보검색기능등이
모두 들어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모든 유.무선 통신망이 데이터를 정확히
전송할수 있어야 한다.

김 사장은 "지금 루슨트에서 데이터를 음성만큼 신뢰성 높게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 상품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것이 자신이 꿈꾸어왔던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자신이 창업한 유리시스템을 팔고 루슨트에 합류한 이유의 하나라는
것이다.

< 머레이 힐(미국 뉴저지주)=정건수 기자 ks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