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28일 경제기자회견을 통해 "경제구조개혁"과 "경기부양"을
정부의 뚜렷한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그동안 추진했던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 등 4대 구조개혁을 보다 신속히
마무리하고 동시에 본격적인 경제회생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은 앞으로 "구조조정"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실물경제가 붕괴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내수진작책
을 쓰겠다"고 밝힌 만큼 경제정책의 초점이 "경기부양"에 맞춰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동안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방황하던 경제정책의
지향점이 이젠 분명해진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구조조정 일단락과 함께 기업구조조정 등을 신속히
매듭짓고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어부칠 방침이다.

<> 경기부양 본격화 =김대통령이 이날 "효과있는 경기진작책으로 불경기를
이겨 나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달말 취임 6개월 기자회견에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다소 신중했던 자세와는 대조적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잇따라 경기대책들을 내놓고 있는
뒷배경으로 해석된다.

또 정부가 앞으로 더욱 과감하게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만 하다.

정부는 경기대책과 관련,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수 있다는 자세다.

그동안에도 정부는 재정지출확대와 통화신축공급 금리인하 등을 추진해
왔다.

최근엔 10조원 규모의 소비자금융 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앞으론 보다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게 정책당국의
분위기다.

추가적인 부양책으론 지속적인 통화공급 확대와 금리인하, 경우에 따라선
특별소비세 인하 등 감세정책도 검토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회견에서 "경기의 진전상황을 봐가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겠다"
고 말한 만큼 모든 수단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땔감은 얼마든지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땔감을 한꺼번에 쏟아 부을순
없다. 정부로선 불길을 봐가며 적절히 땔감을 아궁이에 넣을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

<> 기업구조조정 가속화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예상이다.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금융 기업 노동 공공부문 등 4대개혁을 평가하면서
유독 기업구조조정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시했다.

지난 2월 정부와 재계가 합의한 5가지 구조개혁 원칙중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등 4가지 과제는 법제화돼 실천되고 있지만 핵심부문에 대한
역량 집중은 아직도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외국투자자들은 우리 대기업들이 정말로 과거의 잘못을
통감하고 과감한 구조개혁을 하느냐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5대그룹의 빅딜 등 사업구조조정을 겨냥한 발언인
셈이다.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의 시한을 금년말로 잡아놓은 만큼 앞으로 3개월동안
보다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사업구조조정 등에서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하루빨리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김대통령은 또 공공부문 개혁에 대해서도 "금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개혁에
뒤쳐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 공기업 민영화나 경영혁신을 더욱 적극적
으로 채찍질할 뜻을 비쳤다.

<> 풀어야할 과제 =김대통령은 "구조조정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될 내년 중반부터는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고 재도약의 희망속에 2000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전망처럼 우리경제가 내후년부터 재도약 하려면 넘어야
산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외경제여건이 최대 복병이다.

사상최대(4백40억달러)의 가용외환보유고를 쌓았다고는 하지만 러시아
사태이후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은 언제 한국경제에 환란위협
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세계경제에 공황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또 은행합병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인력감축문제"와 같은 노사갈등도 쉽지
않은 숙제다.

실업자가 이미 1백60만명에 육박한 상황에선 사회불안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통령의 말처럼 우리경제가 이런 "어두움"을 뚫고 "새벽"을 언제 맞을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