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초 572를 기록한 이후 300선을 축으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최근엔 연일 하락하며 다시 290대로 주저앉았다.

요즘 들어선 해외요인보다 국내요인이 증시를 더 압박하고 있다.

은행권의 합병이나 대기업들간의 빅딜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지 않아 오히려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기아차및 아시아차 처리문제도 악재가 되고 있다.

외국인이나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연초이후 지난4월까지 4조여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은 5월
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다.

9월 들어서도 23일 현재 4백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이 당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데다 이머징마켓의
불안으로 국내 증시를 점차 이탈하고 있는 모습이다.

투신 은행 증권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연일 주식을 매도해 증시 안전판
으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렸다.

일반투자자들도 증시에 등을 돌려버렸다.

연초 4조원대에 육박했던 고객예탁금은 1조7천억원대로 떨어졌다.

결국 주식매수세가 말라버린 셈이다.

이같은 증시침체는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여건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주가폭락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의 길이 막혔다.

자금을 조달, 부채비율을 낮춰 구조조정을 해야 하지만 여의치 않다.

주가하락이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결국 내수위축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우려도 있다는게 증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세계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선진국간의 공동노력과 국내
금융권및 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는한 주가가 다시 꽃을
피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