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와 상호신용금고업계가 "3천억원"의 보상여부를 둘러싸고
맞서고 있다.

이번 이슈는 부실경영으로 유동성이 모자라는 몇몇 금고에 대해 금고업계
전체가 지원한 지급준비금이 예금보호대상이 되느냐에 대한 시각차이에서
비롯된다.

논쟁의 처음과 끝은 다음과 같다.

신용관리기금은 지난 92년 신경기금고(경기도 수원) 97년 동화금고(경북)
등 몇몇 부실금고에 3천억원의 지준금을 대출형식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이들 금고들은 영업여건 악화 등으로 소생의 길을 찾지 못하고 최근
청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문제는 이들 금고들이 갖고 있는 자산이 고객예금등 부채를 훨씬 밑돈다는
점.

이들 금고에 나간 업계의 지준금을 되찾기 위해선 예금보험공사가 이를
보전해 주는 길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보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지원금액이 설령 지준금에서 나왔다해도 이는 예금이 아니라 대출형식이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고업계는 공사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지준금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금고에 지원되는
공적 자금"이라며 "예금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운용하는 돈을 보호해 주지
않는 것은 예금자보호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실은 무시한채 법령에만 매달리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지준금이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면 앞으로 지준금 운용이 제한적
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지준제도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켜 결국
그 피해는 고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가 반발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문제가 된 지준금 3천억원 지원방침을 결정한 곳이 다름아닌 예금보호기관이
었기 때문.

지난 3월말까지 금고의 예금보호기관이었던 신용관리기금은 신경기 등 부실
금고에 대해 지준금을 지원하도록 결정했다.

신용금고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는 신용관리기금으로부터 업무를 승계받은
만큼 지준금을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유관부처인 재정경제부는 물론 신용관리기금마저 이번 논쟁에 대해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당사자가 아닐 뿐더러 이 분쟁에 개입할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3천억원"의 행방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는 바로 2백30개 금고에 예금을 한
고객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게 금고업계의
거듭된 주장이다.

올 4월부터 업계 지준금을 관리하기 시작한 금고연합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 김인식 기자 sskis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