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삼성과 현대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유상신주는 싼 값에
받고 구주는 높은 가격에 파는 차익거래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 그룹주는 싯가총액이 큰 종목이어서 해당기업 주가는 물론
종합주가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6일간 유상증자 청약(22~23일)을
앞둔 삼성전자를 5백30억원 어치나 순매도했다.

이에따라 지난 10일 4만5천5백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17일 현재 4만1천원
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이 이처럼 삼성전자를 대량으로 매도하는 것은 구주와 유상신주의
가격차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구주가 권리락 직전 시세를 회복할 경우 신주배정물량 만큼 구주를 처분하면
구주와 신주의 가격차에 해당하는 평가이익을 얻게된다.

권리락 기준가가 3만9천8백50원이었던 삼성전자는 9월들어 4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상신주 발행가액은 2만9천3백원에 불과하다.

유상증자를 받는 외국인이 증자물량을 미리 처분하면 보유주식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삼성전자 1주당 1만1천원 이상의 평가이익을 챙길수 있게 된다.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 유상증자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6월1일~2일 청약일을 앞두고 5월15일부터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가 이어져
삼성전자는 5월15일 6만6천원에서 6월2일 4만5천원까지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유상신주 차익거래 대상이 된 것은 외국인과 기관들이 모두
선호하는 우량주인데다 매물이 나왔을 때 계열사들이 소화해주고 있기 때문
이다.

ING베어링증권 관계자는 "최근 대량 쏟아진 삼성전자 매물은 상당수 계열사
들이 가져간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처럼 매수자가 안정적으로 확보될 경우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물은 21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에스원 삼성전기 삼성전관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와 현대상선
현대건설 현대자동차 등 현대그룹 3개 계열사에도 비슷한 차익거래가 예상
된다.

증권전문가들은 "유상신주 차익거래는 청약일 10일전부터 청약일까지 집중적
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삼성계열사가 타익거래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차익거래가 하락장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현재 310선에 턱걸이하고 있는 종합주가지수가 차익거래
여파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