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간에 추진되고 있는 ''빅 딜(사업교환)''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자국의 경쟁법을 적용,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현대와 LG의 반도체 합병은 그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재미 공정거래 법률 전문가인 정세훈 변호사는 최근 미 한국 상공회의소
(회장 김영만)와 전경련 뉴욕사무소 공동 주최로 뉴저지 힐튼호텔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변호사가 ''미국 경쟁법 및 경쟁정책 방향과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특강 내용을 요약한다.

< 뉴욕 = 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미국 정부와 업계는 한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
대기업간의 "빅 딜"을 비상한 관심 속에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외국 기업간의 합병에 대해서도
경쟁법을 적용,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 법원은 "외국 기업의 활동이 미 통상 분야에 예측 가능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미 법원이 관할권을 갖는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빅 딜"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최근 미 법무부는 "한국의 구조 조정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현재 25개 외국 회사를 상대로 경쟁법 위반 여부를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25개 조사대상 외국기업 중 한국기업의 포함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으나
그 개연성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작년에도 국제 가격 담합과 관련, 23개 외국 기업에 유죄판결을
내렸으며 이중에는 제일제당과 (주)세원도 포함됐다.

한국의 구조 조정에 대한 미 경쟁법의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한 부분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인수.합병과 관련, 미 당국은 <>인수기업의 자산 및 연간 매출이 1억달러
이상이고 <>피인수기업의 자산 및 연간 매출이 1천만달러 이상이며 <>인수
가격이 1천5백만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사전 신고토록 명시하고 있다.

이 사전 신고 조항은 외국 기업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신고 대상 기업이 사전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고가 접수될 때까지
하루 1만1천달러씩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해 유럽계 기업인 메탈 레브사와 말레사가 합병을 단행하면서 미 경쟁
당국에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백만달러의 벌금을 낸 것이
단적인 사례다.

따라서 추진 중인 합병이 신고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고, 불필요한 경비 지출을 피해야 할 것이다.

합병 심사와 관련된 비용은 건당 4만5천달러이며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은
통상 몇 주일에서 길 경우는 4-6개월씩 소요되기도 한다.

제출해야 할 사전 신고서에는 <>인수.합병 계획 설명서 <>재무관련 서류
<>합병에 관한 시장 분석, 검토 및 연구 <>경쟁업종 및 지역에 관한 설명서
등이 포함된다.

이중 합병에 관한 시장분석, 검토 및 연구 서류가 가장 중요하다.

합병으로 인한 미 소비자 가격 인상 요인이 없으며, 동종 업계내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미 당국이 특정 합병을 문제삼을 경우 이에 대한 변론으로는 <>합병으로
효율성이 증가해 가격 인상보다는 오히려 가력 하락 요인이 발생한다는 논리
<>망해가는 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것이라는 논리 <>합병사보다 큰 영향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 등을 들수 있다.

기아의 처리와 관련, 이미 부도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와 LG간의 반도체 합병은 사전에 적절한 대응책이 요망된다.

이미 삼성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2위 기업도 한국 기업이 된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 경쟁법은 외국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합리화나 구조 조정의 결과
야기된 합병에 대해서는 경쟁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구조 조정이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라는 점을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증명했을 경우라도 차후 통상법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로서는 현재 진행중인 구조 조정이 미 국내법에 의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