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한가위 선물인심이 빡빡해졌다.

불황으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경비를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 종업원들에게 매년 베풀던 선물 인심도 왕소금처럼
짜졌다.

이에따라 추석대목마다 각종선물을 대량납품해온 백화점들은 판로가 막혀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나뾰족한 수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3만원대의 식기세트 등을
선물했으나 올해는 선물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금호그룹도 지난해 최고 5만원대의 선물을 주었으나 올해는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선물을 취소했으며 다른 계열사들은 지급여부를 아직 결정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만원 안팎의 선물을 주었던 석유개발공사, 대한펄프, 서전,
신성ENG 등도 올해는 선물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지난해 10만원대의 선물을 주었던 LG-IBM과 삼성중공업은 선물 가격을
5만원대로 낮췄다.

이처럼 기업들이 추석선물을 지급하지 않거나 가격대를 낮추자 선물을
납품해온 유통업체들이 대목실종으로 냉가슴을 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추석을 20여일 앞둔 지난 주말까지 선물 대량주문을 거의
따내지 못했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의 경우 추석선물만으로 약 한달동안 1백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은 10일까지 약 50억원어치의 주문을 확보했으나 올해는 선물
매출이 지난해의 2백50억원보다 1백억원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카메라 등 10만원대의 선물 주문이 많았으나
올해는 대부분이 침구, 냄비세트 등 5만원대의 상품만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추석선물시장이 거의 얼어 붙다시피한 가운데서도 중저가품이
많은 생활용품및 식품업체들은 비교적 타격이 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일제당은 2만원안팎의 실속형 선물세트 주문이 지난해 추석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불황으로 선물인심이 얼어붙으면서 백화점 영업은
큰 타격을 면치 못할 전망"이라며 "그나마 남은 수요도 중저가 제품이 많은
업체들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