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엘 가보면 대부분 시설을 잘 해놓았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모델하우스에는 아파트 건설업체나 분양회사는 아니지만 분양회사가
지정한 업체들이 아파트와 관계된 시설공사를 맡기 위해서 상주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예를 들면 섀시공사를 한다던가 현관에 비디오폰을 장착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분양회사가 지정한 업체라면서 모델하우스 내에서 상담도 해주고,
또 그 자리에서 계약도 해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델하우스안에서 실제로는 분양회사의 지정업체가 아니면서
마치 분양회사의 지정업체인 것처럼 해놓고 입주자와 계약을 한 후에, 이
업체가 부도가 났다면 과연 분양회사에서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요.
오늘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 수원지방법원에서 나온 판례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수원에 사는 황씨 등은 모건설회사에서 건축해서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갔다가 분양회사의 지정업체인 것처럼 가장한 업체와 아파트 섀시
공사를 위한 시공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업체는 얼마가지 않아서 부도가 났고, 시공계약을 체결해서 돈만 지급한
입주자들만 피해를 입게 됐고, 그래서 입주자들은 분양회사의 업체지정이
잘못된 것이니 분양회사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면서 분양회사에
항의를 하러 갔습니다.
하지만 분양회사에서는 그 업체가 지정업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분양업체의 지정업체인 것처럼 입주자들을 기망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황씨를 포함한 입주자들은 분양회사를 상대로 재판을 걸었고, 이 사건에 대
해서 수원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아파트 분양회사는 자신이 점유, 관리하는 모델하우스
내에서 입주예정자가 제3자의 사기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당할 위험이 있다면,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입주예정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신의측상의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 모델하우스 안에서 버젓이 분양업체의 지정업체인
것처럼 가장해서 영업을 하는 걸 분양회사가 알고 있었고, 또 여기에 대해서
아무런 제재도 취하지 않았다면 입주자들이 입은 손해중의 60%는 분양회사가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내용입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앞으로는 분양회사에서 모델하우스내에서 지정업체가
아닌 업체들이 영업행위를 할 수 없도록 단속해야 할 겁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