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요가 세계인이 즐기는 대중음악이 될 수 있을까.

구자형(44) 한국음악과학연구소장은 분명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는 우리의 대중음악인들이 "소리"를 다루는 솜씨를 믿고 있다.

지난 25년간 방송음악작가 등으로 뛰어다니며 대중음악의 현장에서 얻게 된
확신이다.

"80년대까지의 가요에는 우리민족의 힘과 혼이 녹아 있습니다.

일상의 슬픔 비애 우울 등의 보편적 정서를 비단처럼 풀어내지요.

바로 그게 세계인의 귀와 가슴을 붙잡을수 있는 경쟁력의 요소입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고유억양이 담긴 노래를 찾을수 없다.

순수 창조 다양성으로 요약되는 80년대까지의 가요흐름은 천박한 상업주의와
표절, 그리고 댄스풍의 노래에 함몰됐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일본인들이 우리 가요를 무서워 했습니다.

그들이 흉내낼수 없는 목소리에 압도당했지요.

그러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은 그들 것이나 다름없다고
떠듭니다"

우리 대중가요에 스며있는 "문화에너지"가 소멸돼 버렸다는 얘기다.

그는 이 문화에너지를 다시 찾아 심으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구자형이 뽑은 위대한 한국가요 100"(킹 레코드)이란 제목의 음반집이
첫 결실이다.

우선 CD 7장으로 내놨다.

이달초 3장을 더 만들어 모두 10장의 CD에 1백60곡의 가요를 담을 계획이다.

68년 한대수의 노래 "행복의 나라"에서부터 통기타시절을 거쳐 98년 홍대앞
펑크록까지 문화사적으로 가치있는 가요를 주제별로 묶은 백과사전이다.

김민기 송창식 연나영 노브레인 등의 노래를 담은 "청년문화"가 이 음반집의
꽃이다.

"청소년들이 가치 있는 우리 가요를 많이 접하게 해야합니다.

돈되는 것만이 아니라 정신을 올곧게 세울수 있는 가요를 들려줘야죠"

그는 10월께 음악에 담긴 청년문화를 책으로도 펴낼 계획이다.

11월에는 청년문화를 상징하는 대중음악인 50명을 초대, 라이브 콘서트도
연다.

해방이후 67년 배호시절까지의 가요사도 정리해 음반으로 낼 예정이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