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계획을 처음부터 새로 짜야할 판이다. 노.사.정 합의를 통해
노동법을 재개정한 이유가 도대체 뭔지 정부에 묻고 싶다"(A사 P상무)

현대자동차 사태가 24일 "사실상 정리해고 불가"로 결론나자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효과적인 고용조정 수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그동안 세워 놓았던 구조조정 계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생산직사원 2백~3백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실시키로 했던 A사는 이날 각
계열사 노무담당 임원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이 회사 P상무는 "정리해고 외에는 대안이 전혀 없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며 "합법적인 수단을 불법으로 만든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사업장 생산직 사원들을 정리해고키로 해 노사합의단계에 있었던
S사의 경우도 노조가 이날 "재협상"을 통보해와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 회사 노무담당 L부장은 "현대 사태는 결국 노조에 퇴직장려금 인상요구
의 빌미만 줬다"고 말했다.

정리해고의 모델케이스였던 현대자동차 사태가 "실망적인" 결과로 끝나자
각 기업들은 정리해고를 제외한 고용조정안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어차피 정리해고가 어렵다면 퇴직장려금을 줘서라도 명예
내지 희망퇴직을 조기에 실시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 자산감소의 손해가 있더라도 분규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사 내지
소사장제 방식을 택하려는 업체도 늘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 업체들이 임금삭감 무급휴가 근로시간단축 재취업교육 등
정리해고가 아닌 다른 고용조정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로 10~20%의 인력감축 계획을 갖고 있는 삼성은 희망퇴직을
늘리고 일부 사업을 분사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날 임원급에 대해서도 안식년제를 도입하는 등 인력감축을 극대화
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LG의 경우는 "정리해고 등 고용조정은 각 계열사별로 사정에 맞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면서도 정리해고는 가능하면 피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정리해고 보다는 명예퇴직을 택하는 계열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현재 LG패션 LG금속 등에서 명예퇴직을 진행중이고 LG산전의 경우는
분사방식을 택했다.

LG는 앞으로 무급휴가나 재취업교육 등 간접적인 고용조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대우는 임금삭감으로 고용조정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택했다.

대우 관계자는 "김우중 회장이 밝힌대로 노조가 고통분담에 동참할 경우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대우는 이미 대우자동차에서 명예퇴직 형식으로 인원을 줄였고 대우중공업
기계부문에서는 노조와 임금삭감을 통한 고용안정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찰소지가 있는 정리해고 보다는 우회적인
고용조정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 김영배 상무는 "기업들은 노사분규의 빌미를 제공하기 쉬운 정리해고
를 피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그럴 경우 고용조정 비용부담이 크게
늘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전경련 이용환 상무는 "고용조정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공공 및 금융부문의 구조조정 과정
에서 노사분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고용조정방안 비교 ]

<>.정리해고
- 장점 : 단기간내 대규모 인원 정리
- 단점 : 노사마찰 가능성

<>.명예퇴직(희망퇴직)
- 장점 : 노사간 마찰없는 인원 감축
- 단점 : 회사측의 퇴직금및 퇴직장려금 부담 가중

<>.분사
- 장점 : 영위사업의 계속성 유지
- 단점 : 자산감소, 적용업종및 사업이 제한적

<>.무급휴직
- 장점 : 회사 : 인원감축 효과 발생
근로자 : 직업을 잃지 않음
- 단점 : 근로자 생계보장 미흡

<>.근로시간 단축 혹은 임금삭감
- 장점 : 회사 : 총인건비 절감
근로자 : 고용안정
- 단점 : 잉여인력이 계속 남아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조정 지연

<>.파견직 근로자 활용
- 장점 : 총인건비 절감
- 단점 : 고용불안에 따른 노사마찰 가능성

<>.재취업교육
- 장점 : 노사마찰 최소화
- 단점 : 회사측 비용부담 증가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