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일에만 파묻혀 살아온 40대 후반의 여성이 연하 남성과의 사랑에서
겪는 애증을 그린 영화다.

남성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고양이의 몸짓으로, 때로는 행복한 환상으로
표현하는 화면이 감각적이다.

프랑스영화계의 재줏꾼인 브리짓 리앙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1인3역을 해냈다.

출판사 편집장인 디안은 변호사인 남편과 두자녀를 둔 커리어우먼.

그녀는 어느날 자신보다 스무살은 어려보이는 청년 에밀리오와 사랑에
빠진다.

두사람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에밀리오의 마음은
멀어져간다.

영화의 원제는 "섹스후 인간은 슬프다"(Post Coitum,Animal Triste)이지만
한국에서는 "파리의 실락원"이란 엉뚱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일본 에로영화 "실락원"의 인기에 편승해보려는 영화사의 상술일까.

그러나 선입견과는 달리 "20대에 사랑이 끝나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울지만 40대에 사랑이 끝나면 더이상 사랑에 빠지는 것이
불가능할 것을 알기에 운다"는 대사가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