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울산경제요? 전국의 최대공단지역이다 뭐다 허울만 좋았지, IMF
불황에다 현대자동차 분규로 쪽박 찰 지경이에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후문에서 부성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2)는
"현대자동차 파업이 시작된 지난 5월말이후 매출이 완전 바닥세"라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업체들도 근로자들의 발길이 거의 끊겨 매출이 70%정도 급감, 울상을
짓고 있다.

퇴근시간, 특히 월급날 때면 수천명의 근로자들이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뤘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때문에 최근들어 임시휴업하거나 가게를 내놓은 업체만도 30여곳이
넘는다.

나머지 업체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문을 열고 있긴하나 임대료조차
감당하기가 벅찬 실정이다.

풀죽은 부동산 경기 역시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구 양전동 성림부동산 박모사장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정공 근로자들이
집을 많이 내놓아 집값이 지난달보다 10%이상, 전세값도 5백만원이상 내렸는
데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구 옥교동과 남구 달동 삼산동 등에 몰려있는 술집과 음식점들의 매출
실종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옥교동 S단란주점 이모(39)사장은 "지난달까지만해도 작업복 차림의 손님
들이 있어 겨우 명맥을 유지했는데 이달들어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며
종업원 월급조차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동안 단체손님들이 많았던 남구 달동 봉계숫불갈비 등 대부분의 음식점도
이달들어 단체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매출이 지난달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 여파로 이 일대 부동산에는 이달들어 급매물이 1백여곳이상 쏟아져
나왔다.

해마다 여름특수를 톡톡히 누렸던 백화점도 올해는 여름 경기가 실종됐다.

현대백화점 우인호차장은 "파업과 경기불안 등으로 휴가가는 사람들이 크게
줄면서 물놀이용품과 의류매출 등이 당초 계획보다 절반에도 못미치는 등
여름특수가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협력업체인 H사 박모차장은 "월급도 20%이상 깍이고 현대자동차가 언제
정상조업에 들어갈 지 몰라 휴가를 어떻게 가겠느냐"며 한숨을 지었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협력업체의 매출손실이 1조5천억원을 넘어서는 바람에
울산경제가 최악의 상태"라며 "하루빨리 노사가 한발짝씩 양보, 조업정상화에
나서주기만을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 울산=김태현 기자 hyun11@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