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시설관리당국을
상대로 피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피해의 종류에 따라 소송여부가 달라진다.

재해소송의 경우 인재 가능성여부가 초점이다.

천재지변이라 하더라도 시설관리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 소송사유가 된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분묘유실이나 지뢰유실에 따른 피해는 승소가능성이 높다.

분묘는 시설을 관리하는 당국이 따로 있는 만큼 관리잘못을 입증하면
배상을 받아낼 수 있다.

이번 폭우로 피해가 심한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묘지와 고양 벽제시립묘지의
경우가 해당된다.

폭우나 화재 등에 대비해 묘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책임이 시에 있다.

지뢰유실에 의한 사상피해도 마찬가지다.

군당국은 지뢰가 유실되지 않도록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중랑천변 제방유실에 대해서도 소송제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홍수로 범람한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직접적인 배상을 묻기
어렵다.

하지만 제방의 붕괴는 관리잘못과의 관련성을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제방붕괴의 위험성을 인지 또는 제보받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배상사유에 해당된다.

지난 88년 침수피해를 입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가 있다.

당시 1만여명의 주민에게 10만~1백만원까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