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경쟁을 하는 선수가 경기상황을 모를 수 있을까.

도티 페퍼는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는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기위해서"라고 했다.

그녀는 18번홀 경기를 마치고도 자신이 연장전을 벌이는 줄 알고 있었다.

마지막조인 페퍼는 18번홀(파5) 페어웨이에서의 세컨드샷을 앞두고 한참을
기다리며 박세리의 퍼팅을 지켜 보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박의 스코어를 몰랐다.

"나는 박세리가 버디 퍼팅을 미스한줄 알았다.

그게 이글 퍼팅이었는지는 정말 몰랐다"

페퍼는 최종홀에서 1.2m 버디 퍼팅을 실패하며 3퍼팅 파를 기록한후에도
연장전으로 생각하고 덤덤했다.

그녀가 상황을 깨달은 것은 캐디인 존 킬린이 캐디 비브(휘장)를 벗을
때였다.

페퍼는 "연장전을 해야지. 왜 복장을 벗는가"라고 물었다.

캐디의 입에서 "노"라는 말이 떨어졌고 그때야 페퍼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 페퍼가 상황을 알았다고 해도 그 1.2m 버디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을 알고 치는 것과 모르고 치는 것은 분명 결과가 다를 수 있다.

모르고 쳤을 때의 결과가 100% 실패라면 알고 쳤을 땐 어떻게 됐을까.

신인도 아닌 투어 경력 11년에 통산 14승의 페퍼가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다는 것은 진정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반문은 이 경우 설득력이
없지 않은가.

남자프로골프에서 리더 보드를 보지 않아 연장내지 우승을 놓친 케이스는
94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예스퍼 파니빅(스웨덴)이 유명하다.

그는 당시 최종라운드 최종홀(파4)에서 꼭 버디를 잡아야 되는 줄 알고
무리를 하다가 보기를 범했다.

파만 잡았으면 닉 프라이스와의 연장전이었다.

1타차 2위를 한 파니빅은 그후 "언제나 리더보드를 본다"고 밝혔다.

이번 페퍼의 경우는 금년 여자투어의 "가장 어리석은 플레이"로 꼬집힐 것
같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