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톱] 중소기업 더 죽여선 안돼..이 재경, 반월공단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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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만달러 어치 수출오더를 받아 놓고도 인수은행에서 신용장(LC) 개설을
안해줘 원자재를 수입 못하고 있다. 납기는 다가오는데 물건을 만들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한석우 우진포리머 사장)
"퇴출은행과 거래하던 기업은 인수은행측에서 완전히 서자취급한다. 어음
할인도 잘 안해줘 부도를 낼 뻔했다"(김태공 성광전기 사장)
"그동안 중소기업청장도 네번씩이나 내려와 애로를 점검했다. 그러나 일선
은행창구는 끄떡도 안한다. 정부나 은행 본점에서 아무리 독려해 봤자
지점장들이 책임질걸 두려워해 규정을 너무 빡빡히 적용하기 일쑤다"(임도수
보성중전기 사장)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단 본부 2층 회의실.
산업자원부차관 중소기업청장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중소기업은행장 등을
대동하고 이곳을 찾은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중소기업인들은 현장의
애로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이들의 호소는 한결 같았다.
"정부에서 아무리 중소기업 지원확대를 외쳐도 일선 은행창구에선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일선 창구의 "복지부동"으로 애를 먹고 있는 업체는 반월공단에서
만도 한두 곳이 아니다.
지난 4월20일 부도를 낸 동양와이퍼시스템.
이 회사는 미국의 빔사 등으로부터 1백50만달러 어치의 신용장(LC)을
받고도 부도를 맞았다.
"LC 등을 바탕으로 지난 2월초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5억원의 대출추천을
받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보증을 서주는 신용기관은 없었다"(김인규 사장)
67개의 특허권을 갖고 1백50종의 자동차용 와이퍼를 생산하던 이 회사엔
지금도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출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금융거래가 끊겨 "그림의 떡"이다.
자동차 프레임을 생산하는 동양기공이나 스프링을 만드는 삼목강업,
오일펌프를 제작하는 명화공업 등 반월공단내 40여개 기업도 이와 비슷한
처지로 쌓이는 수출주문서를 바라만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경부장관이 현장의 애로를 듣겠다고 반월공단을
직접 찾아왔지만 큰 기대를 거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이 장관이 아무리 지시를 해도 일선 금융기관 창구에서 말을 듣겠느냐며
시큰둥해 한다.
전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이 장관이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상환기간을 전면 연장해
주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렇다.
"지시가 떨어진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어느 은행 가릴것 없이 창구에선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을 연체한 기업에 상환을 강요하기에 바쁘다. 한술 더
떠 연 17%였던 구조자금의 연체금리를 이달부터 20%로 슬그머니 올려버렸다"
(삼홍공업기계 사장)
세계은행(IBRD) 자금을 재원으로 한 벤처창업자금도 마찬가지다.
이 자금이 순수 창업자에게 지원된건 10% 미만이다.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 매출실적을 가진 기업 위주로 지원된 탓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벤처자금"이 그저 보통의 기술개발자금
으로 변질돼 버린 셈이다.
중소기업인들은 당국자들이 이런 실태를 좀더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
한다.
"현장의 어려움을 정말 알아보려면 잘 돌아가는 한 두 기업을 방문할 것이
아니라 꼭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업체, 더 나아가선 도산업체의 굳게 닫힌 문
앞에라도 가봐야 한다"고 한 중소기업인은 지적했다.
"이젠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내려와 직접 챙겨야 한다"(김태공 성광전기
사장)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무조건 살려야 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악조건하에서 여태까지 살아 있다면 그것만으로
경쟁력은 입증된 것 아닌가"
남성공업물산 정성우 사장의 절규다.
< 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
안해줘 원자재를 수입 못하고 있다. 납기는 다가오는데 물건을 만들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한석우 우진포리머 사장)
"퇴출은행과 거래하던 기업은 인수은행측에서 완전히 서자취급한다. 어음
할인도 잘 안해줘 부도를 낼 뻔했다"(김태공 성광전기 사장)
"그동안 중소기업청장도 네번씩이나 내려와 애로를 점검했다. 그러나 일선
은행창구는 끄떡도 안한다. 정부나 은행 본점에서 아무리 독려해 봤자
지점장들이 책임질걸 두려워해 규정을 너무 빡빡히 적용하기 일쑤다"(임도수
보성중전기 사장)
20일 오후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단 본부 2층 회의실.
산업자원부차관 중소기업청장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중소기업은행장 등을
대동하고 이곳을 찾은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중소기업인들은 현장의
애로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이들의 호소는 한결 같았다.
"정부에서 아무리 중소기업 지원확대를 외쳐도 일선 은행창구에선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로 일선 창구의 "복지부동"으로 애를 먹고 있는 업체는 반월공단에서
만도 한두 곳이 아니다.
지난 4월20일 부도를 낸 동양와이퍼시스템.
이 회사는 미국의 빔사 등으로부터 1백50만달러 어치의 신용장(LC)을
받고도 부도를 맞았다.
"LC 등을 바탕으로 지난 2월초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5억원의 대출추천을
받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보증을 서주는 신용기관은 없었다"(김인규 사장)
67개의 특허권을 갖고 1백50종의 자동차용 와이퍼를 생산하던 이 회사엔
지금도 우즈베키스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수출주문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금융거래가 끊겨 "그림의 떡"이다.
자동차 프레임을 생산하는 동양기공이나 스프링을 만드는 삼목강업,
오일펌프를 제작하는 명화공업 등 반월공단내 40여개 기업도 이와 비슷한
처지로 쌓이는 수출주문서를 바라만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경부장관이 현장의 애로를 듣겠다고 반월공단을
직접 찾아왔지만 큰 기대를 거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이 장관이 아무리 지시를 해도 일선 금융기관 창구에서 말을 듣겠느냐며
시큰둥해 한다.
전에도 그랬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이 장관이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상환기간을 전면 연장해
주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렇다.
"지시가 떨어진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어느 은행 가릴것 없이 창구에선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을 연체한 기업에 상환을 강요하기에 바쁘다. 한술 더
떠 연 17%였던 구조자금의 연체금리를 이달부터 20%로 슬그머니 올려버렸다"
(삼홍공업기계 사장)
세계은행(IBRD) 자금을 재원으로 한 벤처창업자금도 마찬가지다.
이 자금이 순수 창업자에게 지원된건 10% 미만이다.
돈을 떼이지 않기 위해 매출실적을 가진 기업 위주로 지원된 탓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벤처자금"이 그저 보통의 기술개발자금
으로 변질돼 버린 셈이다.
중소기업인들은 당국자들이 이런 실태를 좀더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
한다.
"현장의 어려움을 정말 알아보려면 잘 돌아가는 한 두 기업을 방문할 것이
아니라 꼭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업체, 더 나아가선 도산업체의 굳게 닫힌 문
앞에라도 가봐야 한다"고 한 중소기업인은 지적했다.
"이젠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내려와 직접 챙겨야 한다"(김태공 성광전기
사장)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무조건 살려야 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악조건하에서 여태까지 살아 있다면 그것만으로
경쟁력은 입증된 것 아닌가"
남성공업물산 정성우 사장의 절규다.
< 이치구 기자 rh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