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오전 제50주년 제헌절 경축식이 열리던 시각, 기자는 한 독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다.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게
전화를 건 이유였다.

언론이 그냥 있어서도 안된다는 말도 되풀이했다.

봉급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은 회사의 경영난으로 감봉까지 감수하면서
하루 12시간이상 뛰고 있다는 하소연도 곁들였다.

그는 두가지 제안을 했다.

의원들에게도 "무노 무임"을 적용하자는게 그 첫째다.

국회 공전기간 동안 의원들이 챙긴 세비는 회수해 탑골공원 서울역등의
노숙자들에게 실업대책비로 쓰는게 낫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독자는 수범의원 사례로 박경수 전의원을 꼽으며 두번째 제안을 했다.

강원도에서 성실히 농사를 지으며 의정활동도 착실히 해온 그런 의원상을
다시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박봉에 상당액이 세금으로 꼬박꼬박 빠져나가지만 박 전의원 같은 의원들이
많다면 그래도 기분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민생챙기기에 발벗고 나서는 의원이 있다면 후원회원은
아니지만 "촌성"을 무통장으로 입금시키겠다고까지 말했다.

독자와의 통화가 계속되는 동안 제헌절 경축식은 시작 20분만에
끝나버렸다.

정치권이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국민에게 머리숙여
사죄하는 모습은 여야 어느 쪽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지천명의 나이에도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 귀가 뚫리길
기대하는 것이 현재로선 연목구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 김삼규 정치부기자 eske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