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증보험 포철 등 40여개 기아그룹채권자들이 기아자동차와 아시아
자동차를 상대로 2조원규모의 정리채권확정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했다.

이 거액소송은 기아자동차의 국제입찰이 현안으로 부상한 시점에서 터져나와
입찰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송제기 채권자들의 주장대로 2조원이 정리채권(법정관리개시때 기아가
갚아야 채권)으로 인정될 경우 입찰참가자들의 자금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와 아시아자동차가 정리채권대상에서 제외한 7조원중 현재 2조원만
소송을 낸 상태로 나머지 5조원보유 채권자들이 잇따라 소송을 낼 경우 국제
입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아 등 40여개사가 법정다툼으로 간 것은 지난 6월10일 기아측이
1차채권자집회에서 7조원을 정리채권으로 인정치 않으면서 불거졌다.

당시 기아와 아시아자동차는 11조9천여억원 정도만 채무로 인정하고 나머지
7조원에 대해서는 부인권을 행사했다.

기아측은 "회사정리법 78조 규정에 따라 부도 6개월전후 두 회사가 서준
연대보증채무는 무상행위에 따른 채무여서 갚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무상행위 여부가 이번 소송사태의 쟁점이 된 것이다.

무상행위란 아무런 대가없이 보증을 서주는 행위를 포괄하는 개념.

개인간 일반보증이 모두 포함된다.

통상적으로 대그룹의 모기업이 부실계열사에 대해 관행적으로 보증을 서는
것도 무상행위로 본다.

그러나 기업간 상호지급보증은 서로 대가를 바라고 보증을 서는 것이어서
유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회사정리법에는 회사재산보호를 위해 부도 6개월전후에 해당회사가 행한
무상행위는 채권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게 돼있다.

부도전후에 마구 보증을 서 자금을 돌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40여 채권사들은 "기아측의 주장은 무상행위의 개념을 너무
폭넓게 해석한 것으로 채권을 부인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동양종금 소송대리인인 임동진 변호사는 "기아측의 연대보증채무는 대부분
사실상 상호지급보증한 것으로 유상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현재 정리채권을 둘러싼 무상행위 쟁점과 관련, 대법원의 판례가 아직 없어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 고기완 기자 dadad@ 손성태 기자 mrhan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