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코스에 나가 스윙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골프는 골프이외의 모든 생활이 골프 그자체를 좌우하고 스코어를 좌우한다.

그런면에서 박세리의 투어 적응은 놀랄만큼 평온하다.

박은 동료프로들과의 친교, 매스컴 다루기 등 측면에서 아직 큰 흠이 없다.

특히 낸시 로페즈와의 교감은 박의 성공적인 미국무대 적응을 상징한다.

박은 지난번 LPGA챔피언십때 로페즈와 1, 2라운드를 같이 했다.

그때부터 그들은 서로 우호적 커뮤니케이션을 주고 받았다.

박은 US여자오픈때도 "나는 장래 로페즈와 같은 인물이 되고 싶다"며
로페즈를 그녀의 모델로 얘기했다.

로페즈 역시 "박의 경기모습을 보면 나의 데뷔시절을 보는 것 같다"며
박의 장래성을 일찌감치 예견하며 감싸안는 분위기였다.

영어도 짧은데다 순식간에 정상에 오르는등 자칫 질시의 대상이 될수 있는
박의 입장에서 로페즈와의 교류는 그녀의 입지를 한층 단단히 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외신들이나 15일자 뉴욕타임즈도 박과 로페즈와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박은 지난 14일 그녀의 가장 친한 프로인 고바야시 히로미(일본)및 로페즈와
함께 JAL빅애플 코스인 위카길GC에서 연습라운드를 했다.

"위카길에서 연습라운드를 함게 하자는 것은 내 제안이었다.

제이미파가 끝난뒤 연습을 함께하면 한층 경쟁적분위기로 인해 우리 두명이
마지막날 이틀을 함께 뛸수 있을 것(둘이 우승경쟁을 할수 있으리라는 의미)
이라고 박에게 말했었다"

로페즈는 또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박의 플레이를 보면 20년전 내 모습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것 같았다.

표현은 안했지만 그녀도 내심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연습라운드에서 우리는 매홀 1달러짜리 니어 핀에 내기를 했고 박도 그걸
아주 좋아했다.

샷과 샷사이에 박은 아주 릴렉스하고 또 미소 짓는다.

그러나 볼에 다가서서는 언제 그랬나 싶게 대단한 집중력을 보인다.

20살 박의 그런모습을 보는 것은 진정 즐겁다"

박과 로페즈는 이번대회 1, 2라운드에서도 함께 조편성됐다.

로페즈도 "나도 플레이가 잘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생애 처음으로 지난 3개대회에서 모두 커트를 미스한 바 있는 로페즈로서는
최고기량 선수와의 라운드가 의욕을 새롭게 할 것이다.

명예의 전당 헌액선수이자 미국여자골프의 상징적 존재인 로페즈.

그녀와의 우정도 박세리의 복인 것만은 틀림없다.

< 김흥구 전문기자 hkgolf@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