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앞에서 "편견"은 더 이상 설 곳을 찾지 못했다.

박세리가 12일(현지 시간) 오하이오주 실바니아에서 폐막된 제이미파크로거
클래식 여자 골프대회를 23언더파의 신기록으로 제패하자 미국 언론들은
"스타 탄생"을 전하는데 더 이상 인색하지 않았다.

박세리의 무표정한 경기모습을 꼬집어 "기계적인 스윙 로봇" "골프
비즈니스 우먼" 등으로 험담을 늘어 놓았던 미국의 NBC 뉴욕타임스 등
방송과 신문들은 이날 박세리를 "LPGA(여자프로골프대회)의 타이거 우즈"로
표현하는 등 대접을 완전히 달리했다.

ABC TV는 박의 우승뉴스 첫 머리를 "Tiger Out, Pak In(타이거 우즈의
시대는 갔고 박의 시대가 왔다)"이라고 쓴 한 갤러리의 피켓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불과 닷새전의 US오픈 결승전 당시 박의 우승이 확정되자 관례를 깨고
시상식 장면을 생략한채 중계를 서둘러 마쳤던 ESPN방송도 이날은 태도를
1백80도 바꿨다.

우승컵을 안은 박이 애완견에게 자축의 키스를 하는 모습을 한참동안
비췄다.

뉴욕타임스는 전설적 스타 벳시 킹의 말을 인용해 가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벳시 킹은 "박은 이미 명사의 반열에 올랐다(She"s just on a roll)"는
말로 상황을 전달했다.

일거에 편견을 불식시킨 역전의 드라마는 환란으로 설움받고 있는 한국의
경제 주체들에게 ''실력만이 위기극복의 길''임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이학영 < 뉴욕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