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러시아정부의 조성우 참사관 추방조치에 대응, 러시아 외교관을
맞추방키로 한 것은 러시아측이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신을
크게 추락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 4일 러시아 정부가 조 참사관 추방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한.러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 신중하고 냉철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온건론을 펴며 진상파악에 주력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조 참사관을 연행.억류하고 사건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공개하는 등 한국의 위신을 실추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강경대응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강경대응 방침이 결정된 가운데 7일 오후 조 참사관은 공개리에
귀국해 "외교관으로서 할 일을 다했을 뿐 부끄럽게 생각하는 일은 없다"고
말해 러시아측 조치에 당당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조 참사관에 대한 조사를 통해 러시아 정부의 조치가 국제적인
외교관례를 벗어난 것이었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러시아 외교관 1명을
맞추방키로 결정하게 됐다.

특히 지난 7일 러시아측이 외교부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제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이 정부를 자극, 예상보다 빨리
최종방침을 결정케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가 이처럼 맞대응 방식을 택한 것은 한국측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교관 추방에는 추방으로 맞대응하는 외국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한국정부가 실리보다 명분을 택해 러시아외교관을 추방함으로써
한.러관계는 상당기간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 3월 노르웨이와 러시아가 2명씩, 94년에는 러시아와 영국이 4명씩의
자국주재 상대국 외교관을 스파이 활동 혐의로 추방.맞추방하는 등 외교적
마찰을 빚은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들은 상대국의 체면을 고려, 러시아는 노르웨이에 대해
모스크바가 아닌 변방에 주재하는 외교관을, 영국에 대해서도 임기가 끝나
귀국이 예정된 인물을 추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정부는 이같은 측면을 고려, 조성우 참사관과 동인인 러시아외교관을
추방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고려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외교관공식추방사태를 겪는
한.러관계는 상당기간 냉각기를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따라 러시아 경협차관상환, 사할린동포이주문제, 러시아공사관부지
매각 등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우리정부의 러시아 외교관 맞추방에 관련, 그리고리 카라신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인호 주러 한국대사를 불러 "한국측의 대응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부당한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카라신 차관은 또 "한국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양국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이번일로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