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원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건교부가 발표한 경부고속철도사업 수정안은 많은 회의를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사업의 결정은 의사결정자가 정치적 가치판단 등을 고려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지만, 경제성 평가작업은 계획가적 윤리기준에
비추어 당당할 수 있을만큼 과학적이고 엄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정부가 인정하고 재검토를 거쳐 내놓은 수정안자체에 대해
현시점에서 평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재평가 작업에 임하는 자세가 실망스러울 뿐이다.

우선 기본적인 문제점은 장래승객수요예측이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
하다는 점이다.

수요예측모형의 자세한 형태와 관련자료가 완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발표결과를 토대로 유추하면, 서울~부산간 새마을 요금 1만3천7백원
(1992년)을 적용하여 예측한 1일 왕복승객수요 27만6천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새마을 요금이 2만5천7백원으로 인상된 변화를 어떻게 처리하였는지
밝히지도 않고, 본사안과는 전연 성격이 다른 연구보고서의 수요추정량과
비교할 때 과다추정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본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좌우할 장래의 승객수요에 가장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요금수준이다.

시속 3백km급의 고속전철의 운행비용은 재래식 철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다.

참고로 최고시속 2백여km의 동경~대판간 신간선의 승객요금은 14만원으로
항공요금과 같다.

이 요금수준은 일본인 평균 1일 급여수준이다.

거리가 4백17km에 달하는 파리~리옹간 편도요금도 현재 9만원 수준이다.

고속철도의 경제적 타당성분석에서 장래승객수요에 앞서 적용요금수준에
관한한 연구가 가장 기본임에도 아직까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일본의 신가나선요금도 28년전에는 1일 평균임금의 2배나 높던 것이
최근들어 비슷한 수준까지 많이 낮아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산업근로자 1일 평균임금은 7만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고속전철의 운행비가 최고속도의 특성,그리고 모든 첨단기술을 거의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의 처지를 볼때 개통시 운행비용에 따른 승객요금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야 될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논의의 편의상 서울~부산간
승객요금의 수준을 현재가격으로 약 7만원으로 치자.

수정작업팀에서 제시된 모형결과를 보간법으로 대입하여 계산해 보면
서울~부산간 1일 평균승객수요가 4만명이하로 나온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현재 수정작업팀에서 전제한 일평균 승객수요가 7분지
1로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장래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관련변수의 가변성 때문에 누구도
쉽게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십조의 국민혈세를 그것도 IMF 긴축상황하에서 집행하기 위한
사업결정을 졸속으로 되풀이 해서 결정할 수 있는 현실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할 수 있는 수정안이 계획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요
예측치는 재검토 되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