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실기업 발표의 최대 피해자는 해태와 한일그룹.

이들 양 그룹은 이날 퇴출결정으로 사실상 그룹전체가 문을 닫는 운명을
맞게 됐다.

해태그룹은 이날 퇴출기업 발표로 재기의 꿈이 무산됐다.

해태는 지난해말부터 이미 그룹 전체가 부도를 맞은 상태.

그러나 최근 재기노력이 활발히 진행중이었다.

특히 이번주말에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채권단 회의를 열고 출자전환을
통해 전자, 유통 등 일부 계열사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었다.

이날 발표로 회의자체가 취소된 것.

이에따라 해태의 15개 계열사중 제과, 음료, 광고계열사인 코래드 등 매각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3개업체외 나머지는 청산될 전망이다.

인켈브랜드를 가진 해태전자도 일본업체를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성사될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주력사는 외국기업에 넘어가고 나머지는 청산되는 셈이다.

결국 "해태" 브랜드는 53년만에 소비자의 눈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이미 그룹해체의 길에 들어섰던 해태와는 달리 한일그룹에는 이번 발표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계열사 6개중 4개가 퇴출판정을 받은데다 모기업이자 주력사인 한일합섬에
까지 부실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남은 기업은 국제상사와 한일리조트 등 2개사.

이 가운데 한일리조트는 통도 골프장및 레져타운 운영업체로 매각을
추진중이다.

따라서 사실상 국제상사 1개 기업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한일합섬이라는 그룹의 심장을 제거된 상태에서 국제상사가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금융계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리고 있다.

국제상사는 현재 부채비율이 8만3천%를 넘는 등 악성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한일합섬 등 다른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도 1천2백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한일합섬 등 퇴출대상 계열사에 대한 모든 금융권지원이 끊기고
자금회수가 들어올 경우 국제상사도 버티기는 힘든 상태다.

지난 15일 발표한 한일합섬, 국제상사 중심의 구조조정안도 추진이 불가능
해졌다.

지난 94년 한일그룹에서 분리됐던 경남모직도 지난해말 부도난 상태.

한일그룹의 모태이기도 한 경남모직은 김중원 한일그룹 회장이 부국증권,
한효건설, 한효개발 등 3개사와 함께 동생 중건씨에게 떼어줬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일그룹중 이번에 살아남은 국제상사와 한일리조트는
86년 국제그룹 공중분해때 넘겨받은 기업이다.

이로써 56년 경남모직으로 출발, 한때 국내 최대의 화섬업체로 한국의
수출역군이었던 한일그룹은 40여년만에 사라지는 비운을 맞게 됐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