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심기 일전하고 나섰다.

박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재정경제부장관
금융감독위원장 등 자민련측 인사를 지목, 분발을 촉구한데 대해 크게
자극받은 듯하다.

공동정권의 한 축으로서 김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해왔다는 점을 자책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특히 최근 자신의 주변 상황이 뭔가 좋지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여권내 위상도 스스로의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다는데 곤혹스러워 하면서
"정책"으로 만회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얼마전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대기업 빅딜을 둘러싼 논란에서
"판정패"하고 자신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김만제 전포철회장이 한전
상임고문으로 임명된데 대해서도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총재가 당초 17일로 예정했던 일본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당사로 출근한
것은 이같은 기류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총재가 공동정권의 한 실세로의 발돋움을 위해
그동안 의욕을 보였으나 정치인으로서나 김대통령과의 신뢰관계 어느쪽으로도
성공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쨌든 박 총재는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새 출발"을 도모하고 있다.

박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주택경기 침체와 실직자문제 해결의
시급함을 지적한뒤 당정책위원회에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자민련이 김 대통령의 개혁작업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전 당직자와 당원이 합심해서 개혁노선에 흐트러짐이 없도록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한다는 주문도 곁들였다.

이날 회의에서 이태섭 정책위의장은 "앞으로 주2회 이상 부처별 당정협의회
를 개최하는 등 당정간 협의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박 총재의 독려에 화답
했다.

이 의장은 이를위해 최근 공채한 당정책 전문위원들을 적극 활용,
집권여당으로서 독자적인 정책개발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이상만 제2정조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기간중 한시적 금융기능 마비로
인한 흑자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재경부와 금감위, 산업은행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로 대책위를 구성할 방침"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박 총재의 분발 움직임은 국민회의가 이른바 "전국정당"을 표방하고 나선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TK 대부"를 자임하는 그의 입지가 축소될 것을
우려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