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위기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인 계기는 일본 엔화의 약세다.

엔저는 외국인들의 아시아이탈을 부추긴다.

국내금융시장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게다가 기업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신용경색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론 외환보유액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원화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작년과 같은 제2금융위기가 닥칠 것으로 속단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50엔대까지 떨어지고 중국위안화의
절하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금융위기에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태풍의 눈은 역시 엔화가치의 지속적 하락이다.

12일 도쿄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44.02엔까지 하락(엔화환율상승)
했다.

90년9월이후 최저치다.

문제는 엔화가치 하락세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엔화값이 달러당 1백50엔대까지 하락하는건 시간문제이며 1백60엔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엔저는 국내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동남아 통화위기를 우려한 외국인들은 아시아시장을 빠져나가려할게
뻔하다.

우리나라도 예외일수는 없다.

이런 현상은 12일 현실화됐다.

주식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26.61포인트 하락, 사상최대의 하락폭을 보였다.

주된 요인은 역시 외국인 이탈이다.

타이거펀드등 국제 헷지펀드들은 이날 국내 투신사에 대규모의
수익증권을 환매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대한 한국 국민등 3개투신사에 4억1천만달러의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타이거펀드는 이날 약 5천만달러의 환매를 요구, 주가폭락을 주도했다.

다른 외국인들도 2백2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엑소더스는 엔화값이 떨어질수록 더욱 심화될게 분명하다.

더욱 심각한건 국내여건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늘린다고 하지만 아직은 말뿐이다.

오히려 구조조정에 대비,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기미가 역력하다.

신용경색이 완화되기는 커녕 더욱 심화되는 형국이다.

특히 오는 18일께 퇴출대상기업명단이 일괄 발표된다.

5대그룹 계열사만도 20개안팎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그룹간 빅딜(사업맞교환)논의도 한창이다.

기업간 교통정리가 시작되면 주가는 더욱 떨어지고 외환시장과 자금시장도
불안해질수 밖에 없다.

물론 제2의 금융위기를 점치는건 성급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사상최대인 3백88억달러에 달한다.

거주자 외화예금잔액도 1백3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에 달러화가 풍부한 만큼 원화가치가 폭락하는등 급격한
외환위기는 닥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이날 원화가치는 엔화값하락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1천4백원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언제까지 국내외환시장이 국제시장과 별개로 놀수는 없다.

엔화값이 1백45엔을 넘어서면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는게 외환딜러들의 전망이다.

더욱이 중국위안화의 평가절하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낙관은
금물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연구원은 이날 재정경제부에 제출한 "엔화약세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엔화 약세는 환율안정을 바탕으로
금리인하를 통해 산업기반 와해를 방지하려는 당국의 노력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보면 엔저의 가속화에다 구조조정의 여파가 가세하면 제2의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