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박화야(42)씨가 "목욕하는 여자"(문학세계사)를 펴냈다.

여자목욕탕에서 찍은 90여점의 사진과 작가단상을 담은 사진에세이집이다.

목욕탕은 우리 시대의 모든 어머니들과 누이 아내 연인들이 고단한 삶의
때를 씻어내는 "마음의 성소".

모든 가식을 벗고 알몸으로 거울 앞에 서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이웃 아줌마나 밤새 마신 술을 토해내는 접대부,
시집가는 날 몸단장하는 신부, 깊은 패인 주름살의 할머니, 러시아 출신
디걸(춤추는 여자들)이 서로 등을 밀어주며 "언니" "이모"로 하나가 된다.

이들의 표정에는 삶의 겉옷에 가려져 있던 눈물과 웃음 회한이 말갛게
담겨있다.

작가는 "볼록한 배를 겨우 받치고 서 있는" 중년 여인의 다리에서
"면소재지의 빠알간 우체통"을 발견하고 쑥탕속에 다소곳이 앉은 테레사
수녀와 다이애나비도 만난다.

표지화에 그려진 여인의 등은 "세월의 흐름을 가장 더디게 타는" 대지를
떠올리게 한다.

말없는 영혼의 소리가 그곳에서 울려나오고 세상은 그 빛으로 인해 더욱
밝아진다.

그 모습은 "흔들리는 갈대 잎사귀의 아래쪽으로 묵직한 뿌리를 대지에
든든히 박아놓은 아름다움"(미술평론가 이주헌)이자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할
연대의 따뜻한 눈물기둥"(시인 곽재구)이다.

작가는 2년반동안 광주 충장로의 한 목욕탕으로 날마다 "출근"해 카메라가
서로의 몸처럼 느껴질때까지 기다린 끝에 얻은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