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재 현대자동차 사장은 2일 "앞으로 세계 자동차 메이커는 6~7개
업체만이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며 "국내업체들도 M&A(기업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이날 한국생산관리학회와 서울대 경영정보연구소가 서울대
경영대학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21세기 자동차산업의 전망"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한 회사를 기술과 경험이 없는 회사가
인수하게 된다면 회생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더욱 부실화돼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부실회사 정리과정에서 부채의 탕감이나 상환기간의 연장 등
부실기업 자체나 인수업체에 유리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으나
이는 기존의 비교적 건실한 국내업체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정리 원칙을 확립해 국내 자동차업계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4~5개 메이커가 난립하는 현재의 체제를 유지한다면 어느
업체도 필요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며 반드시 완성차 업체의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화는 세계 자동차산업의 공급과잉으로 원가절감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세계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이
2000년에는 2천만대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세계 자동차시장이 하나의 거대시장으로 통합되고 전통적
차종구분이 모호해지는 이른바 "전지역 전모델 경쟁"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함께 R&D(연구개발)투자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경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진 업체와의
전략제휴를 활성화시켜 기술력과 자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품업체의 대형화도 21세기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나가야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