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과 하루"로 올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율리시즈의 시선"은 IMF상황아래서 한국인들이 한번쯤 다시볼만한
비디오다.

영화의 배경인 전쟁과 빈곤으로 폐허가 된 발칸반도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재의 한국과 닮았고 폐허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헤매는
영화감독 A의 고뇌 또한 요즘 한국인의 고뇌와 비슷하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끔찍한 현실을 뛰어난 영상을통해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한 영화감독이 20세기초에 만들어진 전설속의 필름을 찾아
발칸반도 전역을 헤매는 과정을 담은 로드무비이다.

망명한 그리스 출신의 미국감독 A.

그는 사라진 필름 3통을 찾아 인종및 종교분쟁 이데올로기대립 전쟁 등으로
얼룩진 발칸반도를 여행한다.

발칸반도는 파멸과 재탄생의 갈림길에선 인류의 상황을 드러내는 장소다.

필름을 찾아가는 동안 그는 지옥같은 현실을 몸으로 체험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4명의 여인에게서 그는 현실의 절망과 미래에대한
희망을 동시에 느낀다.

마침내 내전상황의 사라예보에서 필름을 보관하고 있는 이보 레비를 만난다.

그토록 찾아헤매던 필름을 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시선"이 의미하는 것은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에대한 추억, 잊을수 없는
삶의 순수다.

앙겔로풀로스 감독은 "생애 처음 카메라 뷰파인더를 봤을때 그 최초의
시선은 우리를 흥분시킨다.

그것은 세계를 최초로 발견한 순간, 행복한 순간이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려했던 것은 20세기말 인류의 절망과 희망이다.

길게찍기(롱테이크)기법을 많이 활용해 다소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볼만한 가치가 있는 비디오다.

앙겔로풀로스가 다시 이런 영화를 찍는다면 배경은 아마 경제위기로 얼룩진
동아시아 지역이 아닐까.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