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로 < 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심장내과 교수 >

고혈압은 쉽고도 어려운 병이다.

많은 고혈압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에 만족할뿐 실제로 혈압이
얼마나 내려갔는지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다.

의사도 정상근처까지 혈압이 내려가면 굳이 혈압을 정상범위까지 낮추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의 95%이상이 원인을 알수 없는 본태성(1차성) 고혈압이다.

나머지는 뇌하수체 부신 갑상선 부갑상선 등의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거나
신장이 망가져 신장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짐으로써 생기는 속발성(2차성)
고혈압이다.

본태성 고혈압은 혈압이 높은 자체가 병이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원인이 없다고는 하지만 최근에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는데 연구가 집중
되고 있다.

고혈압 환자의 가계에서 고혈압 빈도가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부 본태성 고혈압은 단일 유전자의 결함으로 생기지만 대다수는 여러
유전자의 결함이 복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나이가 많을수록, 운동량이 적고 비만할수록, 염분에 대한 감수성이
높을수록 고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산업화와 생활양식변화에 따른 사회적 스트레스, 서구식 식사, 과음,
흡연도 환경적인 위험요인이다.

이밖에 경구피임약 복용, 가족이 많은 것도 고혈압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특히 IMF체제이후 한국인의 혈압이 상승했다는 조사가 많이 나와 있다.

국내 성인의 15%가 고혈압환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심혈관센터를 찾은 성인만을 조사해본 결과 3만5천명
가운데 남자는 27%, 여자는 18%가 고혈압에 속했다.

특히 20~40대 젊은 연령층에서 남자가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여자보다
훨씬 높았다.

경쟁적으로 사는 한국 젊은 남성들의 실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고혈압환자가 평소에 별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흔히 고혈압은 뒷목이 뻣뻣하거나 두통 어지럼증 귀울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정상인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에 불과
하다.

따라서 1년에 한두번하는 정기신체검사를 통해 고혈압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재서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각각 1백40,90mmHg를
넘어가면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예전에는 이완기혈압이 중시된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수축기혈압도
못지 않게 중요시되고 있다.

고혈압으로 인한 무시무시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두가지 수치에 신경을
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