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금융기관 부실채권 1백조원을 처리하기 위해 50조원을 투입키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부실경영이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 들어와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은 금융기관 부실
채권정리에도 생돈을 털어넣어야 하는 형편이 됐다.

가구당 부담은 올해와 내년에만 1백9만원(4인가구 기준)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 정리방향에 따라서는 부실채권규모와 국민부담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 채권시장에 대한 물량부담, 정부예산사업 위축,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
상승우려 등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를 의식해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국민들에게 부담을 안기게 돼 죄송
하다"며 "그러나 누적된 부실처리를 늦추면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정순원 전무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서둘러 재정투입방안을 내놓은 것은 부실채권의 규모와 처리방안에
대한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 과감하고 신속하게 금융기관구조조정을 추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부실처리를 지연해 7년째 장기불황에 빠져있는 일본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혁의지를 명확히 밝힘으로써 대외신인도가 회복되고 금융경색도 해소
되기를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국민부담 =50조원의 채권이 발행되면 재정에서 이자를 우선 부담해야
한다.

연 15% 수준의 금리를 가정하면 한해에 7조5천억원을 예산에서 지출해야
한다.

지난해 이미 발행한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7조5천억원에 대한 이자를 포함
하면 내년의 경우 이자부담만 8조~9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올해에는 당초 예산에 계상된 3조6천억원의 이자만 부담하면 충분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하반기이후에 본격화되면 채권발행은 연말이 다
돼서야 이뤄진다는 것이다.

올해와 내년분 채권이자 12조6천억원은 4천6백만인구 1인당 27만4천원꼴로
부담해야 한다.

4인가족의 경우 1백9만6천원 수준이다.

금융부실정리가 완료되는데 5년이 걸린다고 보면 이자비용만 45조원이 든다.

1인당 1백만원, 4인가족 가구당 4백만원 가까이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선진국의 경우 약 20%),
부실금융기관 정리시의 자산부족분 등을 포함하면 국민부담은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필요한
재원규모와 국민부담은 크게 달라진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를 감안해 5년간 총재정부담을 81조원으로 추산했다.

1인당부담은 1백76만원이다.

4인가족의 경우 7백4만원 꼴이다.

<> 채권시장 위축 =50조원의 채권이 일시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게 되면
금리가 뛰어오르는 등 채권시장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 보유하게 되는 채권을 시장에 내놓지
않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또 유통수익률이 높은 상태에서 채권을 매각할 경우 매매손실이 발생,
금융기관들이 시장에 내놓을 채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하락하거나 금융기관들이 자금부족에 시달릴 경우 채권매각
을 막을 방법이 없다.

한국은행이 채권을 매입할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예산사업 축소 =정부가 재정에서 연간 8조~9조원을 투입하려면 다른
사업부문을 줄여야 한다.

올해 한차례 예산을 축소편성했는데도 경기침체가 심해 세수부족이 우려
되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세수부족은 여전할 전망이다.

결국 사업규모가 큰 SOC(사회간접자본)투자와 국방비 교육비 등의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은 세금을 내는 만큼 정부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또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게 돼 피해는 늘어난다.

<> 통화증발 물가상승 =9조원의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 일부를 한은에
인수시킬 방침이다.

문을 닫는 금융기관의 예금자에 대한 지급재원을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리는
것이다.

이는 통화증발요인이 되고 물가상승으로 연결된다.

또 중소기업등으로 공급되어야할 자금이 그만큼 줄게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