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일부 수석비서관을 전격 교체한 것은
청와대가 국정운영 전반을 강하게 끌고 갈 필요가 있다는 상황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을 표방하는 부드러운 이미지만으로는 경제
위기와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김 대통령이 강봉균 정책기획수석과 김태동 경제수석을 맞바꾼 것은
청와대의 정부부처 장악력을 높여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보다 신속하게 실천
되도록 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청와대 비서실 직제의 문제점과 개인적인 출신배경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교통정리"의 의미도 강하다.

김중권 대통령비서실장은 "정책기획수석은 중장기 개혁정책의 조율을 담당
하는 자리"라며 김 수석의 자질과 성향이 정책기획쪽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또 "경제수석은 주요 경제부처를 담당하는 자리로서 강봉균
수석의 오랜 행정경험과 조정능력을 활용하여 그 임무를 수행케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정책기획수석은 그야말로 기획위주의 업무를 맡고 경제현안은 모두
경제수석이 맡아 대정부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인사이다.

문희상 정무수석과 이강래 안기부기조실장의 자리를 맞바꾼 것도 "화합"
보다 "장악"쪽에 무게를 둔 듯하다.

김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강래
신임수석을 앉혀 당을 확실히 장악해 친정체제를 굳혀 나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희상 전 수석은 지난 주말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후 지금
까지는 외환위기 극복에 주력해 왔으나 지방선거가 끝나게 되면 정계개편과
정치개혁 문제 등으로 인해 정치의 계절이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김 대통령이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정치의 전면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전수석이 청와대 비서실과 당정간의 미묘한 역학
구도속에서 스스로의 위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 일부 수석비서진 개편으로 김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을 받고 있는
김중권 비서실장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