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5백년동안 활동했던 사대부출신 화가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로
삼재가 꼽힌다.

겸재 정선(1676~1759) 관아재 조영우(1686~1761) 현재 심사정(1707~69)이
그들이다.

삼재는 숙종(1675~1720)대에서부터 정조(1777~1800)대에 걸쳐 1백20여년
동안 이어진 진경시대에 살면서, 그림을 통해 진경문화를 꽃피워낸 주인공
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율곡 이이가 이기일원론으로 발전시킨 조선성리학의
이념을 계승한 성리학자들이었다.

조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조선문화를 절정으로
이끌어가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겸재는 한국의 자연을 사실대로 화폭에 담는 진경산수화법을 창안, 조선
최고의 사대부화가로 자리잡은 인물이다.

겸재의 10년후배인 관아재는 30여년동안 겸재와 이웃해 살면서 조선
고유의 의관차림을 한 인물화에서 독보적 경지를 개척했다.

현재 역시 겸재로부터 그림을 배웠으나 그 화풍을 계승하지 않고 명대
남종화풍을 조선적 시각으로 변용해 수용함으로써 "조선남종화"를 개발해
낸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북초등학교 옆 간송미술관(762-0442)에서 열리고
있는 "진경시대 삼재전"은 이들 세 화가의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오는 31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 걸린 작품은 모두 80여점에 이른다.

겸재 작품은 중국 당나라 시인 백낙천과 관련된 고사를 겸재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낸 "여산초당"을 비롯 "박생연" "총석정" "인곡유거"
"고산방학" 등 4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현재 작품으로는 "하산욕우" "소림모정" 등 "현재화첩"에 들어있는 작품과
"기려심춘" "설산화정" 등 30여점이 출품됐다.

또 전해져 오는 작품이 적은 관아재 그림도 "노승헐각" "노승휴장" 등
인물화위주로 10여점이 나와 있다.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번 전시회는 조선문화의
절정기에 활동했던 3명의 뛰어난 사대부화가의 작품을 비교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