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강영씨의 작품은 독특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그가 그리는 대상은 절이나 탑에서부터 꽃병 사슴 기차 여인 십장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들 조차도 그림속에선 동화의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이유는 청회색을 기조로 하는 색채이미지와 원근법을 무시한채 극도로
단순화해 대상을 그려내는 표현기법 때문이다.

이들 대상을 현실의 공간개념을 따르지 않고 작가가 자의적으로 재구성해
화면에 배치하는 것도 작품을 동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가산화랑(516-8888)에서 갖는
개인전 출품작들에서도 이같은 작품경향은 변함없이 드러난다.

줄기없이 허공에 뜬 것처럼 그려진 꽃, 배와 허리가 기형적으로 길게
표현된 여인누드, 나무를 배경으로 날고 있는 새와 그 주변에 배치된 집과
탑과 꽃 등은 한결같이 현실의 저편,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옛 문인이나 사상가의 글과 불교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도
발표된다.

< 이정환 기자 jh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