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백날 외쳐도 담보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

12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선 중소기업신문고 행사가 열렸다.

애로사항을 정부담당자에게 직접 호소하고 답변을 듣는 자리다.

이곳에는 중소기업들의 애타는 호소가 줄을 이었다.

2백여명에 이르는 기업인이 몰려 장소가 비좁을 정도였다.

자금문제를 비롯, 수출 인력 기술등 각종 애로가 봇물을 이뤘다.

그중에서도 주류를 이룬 것은 역시 자금문제.

"담보대출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정부의 어떤 대책도 공염불이다.

담보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몇개나 되는가.

중소기업들은 특히 금형투자부담이 많은데 담보부담없이 금형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 달라"

이학봉 화신통상사장의 호소는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는 일본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유망한 자동차용품을 개발했으나
금형투자부담때문에 대만에 비해 샘플을 늦게 내놓는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은행에 가도 결국 돌아오는 답변은 담보뿐"이라며 "차라리 금형투자를
전담할 벤처캐피털이나 기관을 설립해 줄 것"을 호소했다.

제천에서 신발밑창을 만들어 일본으로 수출하는 건양기업 김대환사장의
애로도 비슷하다.

"은행이 토지 건물 기계를 모두 담보로 잡았으나 자체 재무구조개선을
이유로 또다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를 요구하고 있다.

신보는 신용상태가 안좋다는 이유로 보증서발급을 꺼린다.

어떻게 수출을 하란 말인가"

어음제도개선에 대한 의견도 줄을 이었다.

수취어음의 부도를 많이 경험한 기업인들은 어음제도를 당장 없애라고
목청을 높였다.

삼호전자 김정관사장은 어음보험제도를 개선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보험에 가입된 어음에 한해 금융기관이나 기협에서 보증서없이
할인해달라는 것.

그러면 보증기관의 보증여력이 고갈되지 않을뿐더러 보증인을 구하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어려움도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기업인들은 실업대란속에서도 3D업종은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영역확장으로 중소유통업체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날 상담에 응한 정부기관의 과장급 20명은 애로해결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기업인들은 답변의 만족여부를 떠나 일단 마음껏 애로사항을 호소할수
있는 장이 마련된데 대해 후련하다는 표정들이었다.

< 김낙훈 기자 / n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