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수익이 나빠진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우리 식으로 따지던 자산건전성기준이 내년 1월1일
부터 냉혹한 국제기준으로 까다롭게 고쳐지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은행들은 세가지 형태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첫째 떼일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두는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이 높아진다.

요주의 여신의 경우 그 비율이 1%에서 2%로, 정상여신은 0.5%에서 1%로
각각 올라간다.

은행감독원 추산결과 은행들은 두가지 조치만으로 작년말 기준 1조2천억원
정도 부담을 떠안게 된다.

여기에다 3개월이상~6개월미만 이자를 못갚는 여신이 요주의에서 고정
(현재 기준으론 6개월이상 연체대출을 뜻함)으로 바뀐다.

그 여신규모가 2조원 정도로 추정돼 이것만으로도 3천억원 정도 추가부담이
생긴다.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적립비율과 자산분류가 바뀌어 어림잡아 1조5천억원
정도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숫자화할수 없는 부담도 무시하기 어렵다.

부실(자산건전성)여부를 판단할때 빚을 잘 갚았는지 못갚았는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앞으로 잘 갚을지(채무상환능력)를 철저히 따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부실이 추가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둘째 BIS비율을 낼때 분자로 들어가는 자기자본에 포함됐던 보완자본이
축소된다.

고정이나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이른바 무수익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보완자본에 넣을수 없기 때문이다.

무수익여신규모는 대략 22조원정도.

이 여신에 대해서는 종류별로 20~1백%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이를
보완자본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앞으로는 보완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아 자기자본규모가 줄게 된다.

BIS비율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셋째 대출축소와 부실증가다.

동일계열에 대한 은행 여신한도는 은행 자기자본의 45%, 초과분은 2000년
7월31일까지 해소하도록 된 현 규정을 바꿔 한도를 낮추고 해소시기도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이로인해 대출축소나 회수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은행별로 부실기업판정위원회를 두도록 함에 따라 부실기업정리가
빨라지고 그로인해 부실채권은 늘어난다.

은행수지는 악화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상향조정된다.

현재 실적배당형 신탁자금으로 운영되는 대출과 유가증권투자에는 모두 10%
의 위험가중치가 주어진다.

위험가중치는 내년엔 50%로, 2000년엔 1백%로 높아진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진다는 것은 위험가중자산이 그만큼 많아진다는걸 뜻한다.

결국 위험가중자산이 많아지는 만큼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낮아진다.

은행들로선 신탁자산을 함부로 늘릴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은행계정에서 자산건전성분류가 강화되고 신탁계정에서도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는 사면초가상태에 처한 것이다.

금융계는 이번 조치로 은행마다 BIS비율이 적게는 1%, 많게는 3%정도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로인해 금융경색도 우려했다.

은행정리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와 IMF(국제통화기금)는 내년부터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의 손실
보전이나 보증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이에따라 은행들이 신탁상품을 잘못 운용, 원금을 까먹는 경우 고객들은
이자는 커녕 원금도 건지지 못하게 된다.

자금도 규정상에는 운용손실을 고객들이 책임지도록 되어 있으나 정부에서는
원금은 보장토록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런 보장장치가 사라져 실적배당형 신탁은 말 그대로
고객들의 책임하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됐다.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엔 가계금전신탁 기업금전신탁 노후연금신탁
가계장기신탁 신종적립신탁 등이 있다.

< 고광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