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중 C씨가 말했다.

"이거 몸이 피곤하니까 샷이 영 안되는걸. 요즘 감기 몸살에다 계속 무리한
골프를 쳤더니 컨디션이 엉망이야. 내일부턴 좀 쉬어야 겠어"

이말을 들은 친구가 조용히 받아쳤다.

"자네 얘기는 두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네. 하나는 컨디션이 안좋더라도
그걸 입밖에 내면 안되는 것이야. 말을 하는 순간 자넨 더 힘이 들고 스스로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당위성을 만든 셈이지. 또 하나는 피곤의 이유야.
자넨 자신을 골프광으로 생각하고 또 자주 치는 편으로 여기겠지만 실상
자네정도의 골프로 피곤여부를 말할 계제는 못된다고 할수 있네. 내가 아는
골프광 기록을 하나 말해줄까"

그가 말한 골프광의 기록은 C씨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 골프광은 국내에서 25일 연속 라운드의 기록이 있었다.

또 손님이 별로 없고 카트를 타고 도는 외국골프장에서는 11일 연속
하루 65~70홀 플레이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한홀이라도 더 돌고 싶어 연습스윙도 절대 안하고 퍼팅할때 볼
브랜드를 퍼팅선에 맞추는 것도 금지하면서 시간을 아꼈다.

더욱이 그정도로 칠때의 나이도 50대에 접어든 이후였다.

이는 물론 부킹도 지금보다는 쉬웠고 IMF도 없었던 7년전 얘기였다.

그 얘기를 들은 C씨는 두손 들고 항복했다.

40대초반의 자신은 결코 "컨디션 운운"할 처지가 아니었던 것.

C씨는 "그같은 골프를 함께 할수 있는 골프광 친구들의 존재"도 대단한
것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대지 않기로 했다.

<골프전문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