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물러난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장관의 후임 인선과정
에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우선 김 총리서리가 김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 청와대와 총리실의
말이 다르다.

명단을 준 사람은 한명이라는데, 이를 받은 사람은 2명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다.

일국의 통치권자와 공동정권의 한 축인 총리서리의 말이 다르다는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자칫 김 대통령과 김 총리서리간의 인간적 신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인사들도 많다.

왜 이같은 혼선이 빚어졌을까.

그 가능성은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김 총리가 박영숙 전부총재를 단독 제청했으나 김 대통령 입장에선
박 전부총재의 재산문제가 꺼림칙했을 수 있다.

전임 장관이 재산공개파동으로 물러난 점을 감안했을 때 새장관마저 재산
문제로 구설에 오를 경우 상당한 부담이다.

또 한가지 가능성은 김 대통령과 박 전부총재와의 관계가 소원한데 따른
김 대통령의 거부감 때문이라는 설이다.

두사람은 과거 14대 원구성때 전국구의석 문제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된 뒤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다는게 정가의 정설이다.

청와대가 박 전부총재 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해 복수 추천으로 말을
바꾸었다는 뜻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정부의 장관 인선과정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청와대는 당초 주장관의 사직서를 수리한 직후 후임장관을 29일중 임명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속내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수 없으나 "검증"을 이유로 연기됐다.

JP가 자민련 몫의 장관을 왜 굳이 국민회의 쪽에 가까운 인사로 천거
했는지에 대한 해석도 구구하다.

"큰 정치를 위해서"라는게 총리실의 공식 발표이지만 최근 청와대의 독주에
대한 불만을 JP가 이런식으로 표현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만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도 많다.

< 이의철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