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금융부채가 1천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달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3일 "97년중 자금순환동향(잠정)"을 통해 지난해말 현재 국내
기업(금융업체를 제외한 법인 개인기업)의 금융부채는 총 9백32조9백81억원
으로 96년말의 7백50조3천4백63억원보다 1백81조7백52억원(24.2%)이나 급증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GNP(4백21조원)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는걸 나타낸다.

반면 지난해말 현재 기업들의 자산은 4백9조8천6백17억원으로 96년말
(3백48조3천4백51억원)보다 61조5천1백66억원(17.6%)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로써 자산초과부채는 지난 96년말 4백2조13억원에서 지난해말
5백2조2천3백64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업들의 금융빚중 주식과 출자지분등 원리금 상환의무가 없는 부채를
제외하고도 실질적으로 갚아야할 빚만도 8백10조6천4백21억원에 달했다.

올해 평균 금융비용부담률을 연 20%만 잡아도 이자만 무려
1백62조1천2백84억원을 물어야 하는 셈이다.

기업들의 총 금융부채는 지난 91년만해도 3백28조원에 그쳤으나 지난
94년말 5백33조원으로 5백조원을 넘어선뒤 불과 3년만에 1천조원에 육박하게
됐다.

한은은 지난해 경기부진과 외환위기에 따른 설비투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환율및 금리의 대폭 상승과 판매부진으로 기업수지가 크게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악화, 이처럼 금융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기업들의 자금부족 규모는 69조1천억원으로 사상최대에 달했다.

기업자금부족규모가 지난 93년 36조원에 달했던걸 감안하면 불과 4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기업자금부족규모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자금부족률은
경제규모의 확대로 전년의 17.8%에서 지난해 16.6%로 다소 하락했다.

지난해 개인들의 자금잉여규모는 소득증가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
지출증가세가 하락한데 힘입어 41조원에 달했다.

이에따라 개인들이 잉여자금으로 기업들의 부족자금을 메워준 기업부족자금
보전율은 전년의 54.5%에서 59.4%로 상승했다.

한편 기업들이 지난해 조달한 자금중 은행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간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37.9%로 전년의 29.1%보다 높아졌다.

반면 지난 96년 47.2%에 달했던 간접금융비중은 주식시장부진으로 주식
발행이 줄어든데다 기업어음(CP)시장의 위축으로 CP발행이 축소돼 37.1%로
낮아졌다.

간접금융비중은 지난 95년부터 직접금융비중을 웃돌았었다.

< 하영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