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재무약정을 체결토록 돼있는 대기업들은 계열사를 현재보다 90%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등 재무약정 체결은행의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내년말까지 2백% 이내로 줄이기 위해 대폭적인 계열사
축소계획안을 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30-40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는 그룹은 3-4개로, 20개안팎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은 2개로 계열사를 축소하는 계획을 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대기업들은 많아봤자 5개이내로 계열사를
줄인다는 계획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를위해 계열사 합병, 또는 매각등을 추진하겠다고 은행에
밝혔으며 일부의 경우 외국자본에 회사를 넘기는 방안도 제시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주력 우량회사 위주로 그룹을 슬림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우량기업을 적극 매각, 구조조정을 단행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30대 대기업의 계열회사수는 현재 8백4개여서 계획대로 구조조정이 완료
된다면 1백개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관계자들은 "구조조정과 관련해 계열사축소등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인지 대기업들간의 막판 눈치경쟁이 치열하다"며 "금융당국에서
부채비율 가이드라인(2백%)을 완화해 줄지 모른다는 기대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설업종과 중공업 비중이 큰 일부 대기업은 20일 시한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자산재평가인정, 업종별 차등적용 등을 최근 당국에 긴급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에 쫓긴 일부 은행들은 지난주말 거래기업들에 "독촉"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달말부터 재무약정체결상황 점검에 착수할 계획
이다.

금감위는 약정"형식"을 모두 점검한뒤 은행별로 1개계열을 추출해 실현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위는 이같은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지도력"을 평가해 우량은행에
대해선 증자 후순위채매입 부실자산정리 등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 허귀식.이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