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회사들이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대출하거나 투자할때 신용평가회사들의 기업 평가
자료를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종금사들은 4월부터 B등급이상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해야 하는 운용기준이 비현실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종금사들은 한국신용평가(대표이사 송태준사장) 한국신용정보(장홍렬)
한국기업평가(손수일) 등 국내 3사의 등급산정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H종금 관계자는 "등급산정이 보장성을 갖지 못하고 있어 신용평가사들이
CP발행회사와 짜고 등급을 올리기도 한다"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평가
기준에 따라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보험등도 대출심사에서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J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회사 1개팀(3~4명)이 40~50개 회사를 심사해
단기지급능력만을 평가하고 있어 단순히 참고자료로만 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신용평가회사가 우량등급으로 판정한 한라 기아 등 기업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어 여신심사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이유로 은행들은 신용평가사들이 개발 판매하고 있는 신용정보
전산망의 도입에 대해서도 신중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H은행 관계자는 "평가회사들의 전산시스템이 기계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대기업 등의 심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고가로 시스템을 도입해
놓고도 여신심사를 위한 자체모델을 따로 개발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신용평가회사에 출자한 주주들인 금융기관들조차 이들을 외면하고
있어 신용평가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3사의 평가능력 향상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정태웅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7일자 ).